이 작품은 원안과 각본과 음악을 마에다 준 한 사람이 맡았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이므로 이야기를 만든 사람과 대사를 쓴 사람과 곡을 붙인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뜻이다. 이런 편성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고 무엇을 어렵게 하는지 적는다.

엔젤 비트!

가능해진 것은 곡을 먼저 만드는 순서다

보통의 제작에서 음악은 콘티가 나온 뒤에 발주된다. 장면에 맞춰 곡을 만드는 순서다. 한 사람이 각본과 음악을 함께 쥐면 그 순서를 뒤집을 수 있다. 곡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 곡이 필요한 장면을 각본이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작품에 극중 밴드 Girls Dead Monster 가 있고 그 밴드의 연주가 이야기 안에서 사건으로 쓰이는 구조가 그 결과로 보인다. 밴드는 작품 바깥에서도 음반을 냈다. 극중 설정이 실제 상품이 되는 경로가 처음부터 열려 있었다는 뜻이다.

주제가 배치도 같은 손에서 나왔다. 오프닝은 Lia 의 「My Soul, Your Beats!」, 엔딩은 타다 아오이의 「Brave Song」이다. 두 곡의 온도가 정반대인데, 한 사람이 양쪽을 다 쥐고 있으면 이런 대비를 편성 단계에서 설계할 수 있다.

타치바나 카나데

제목의 「Beats」가 심장 박동과 음악의 박자를 함께 가리킨다. 이름부터 두 가지 뜻을 겸하고 있다

어려워진 것은 13화라는 분량이다

문제는 분량이다. 전 13화이고 2010년 4월부터 6월까지 한 쿨로 방영됐다. 오리지널이므로 각본가는 시작할 때 이미 13이라는 숫자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세운 무대는 사후세계 학원이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생전의 사연을 하나씩 갖고 있다는 설정이다. 사연을 가진 인물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화수도 늘어나는데, 화수는 처음부터 고정돼 있었다.

회차 부제가 전부 영어 한두 낱말인 것도 이 조건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1화 「Departure」, 2화 「Guild」, 3화 「My Song」, 4화 「Day Game」, 5화 「Favorite Flavor」. 부제가 그 회차의 사건을 요약하지 않고 소재만 가리킨다. 회차마다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하는 구성에서 부제로 줄거리를 잇는 것을 포기한 형태다.

나카무라 유리

전선을 이끄는 인물이다. 인물이 늘어날수록 이 인물이 감당해야 할 설명도 함께 늘어난다

성우 배치가 구조를 한 번 더 말한다

시점 인물인 오토나시 유즈루를 카미야 히로시가, 전선을 이끄는 나카무라 유리를 사쿠라이 하루미가, 그들과 맞서는 타치바나 카나데를 하나자와 카나가 맡았다. 이야기가 기억을 잃은 사람의 눈으로 시작하므로 시점 인물은 관객과 같은 양의 정보만 쥐고 있어야 하고, 그 인물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앉힌 배치다. 관객을 대신해 묻는 사람이 있으면 세계관 설명을 대사로 처리할 수 있다. 13화라는 분량에서 이 절약은 작지 않다.

제작은 P.A. WORKS 이고 감독은 키시 세이지다. 원작이 없는 기획을 한 쿨로 세우는 일이었으므로, 이 작품의 성패는 처음부터 각본이 13이라는 숫자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걸려 있었다. 사후세계라는 무대는 그 나눔을 도와주지 않는다. 인물이 왜 여기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그 사람의 생전을 한 번씩 보여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겸직의 결과가 곡과 본편에서 다르게 나왔다

한 사람이 셋을 겸했으니 결과도 한 덩어리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 곡에서는 겸직의 이득이 그대로 나왔다. 극중 밴드를 실제로 굴리고 주제가 두 곡의 온도를 반대로 잡은 설계는 한 사람이 다 쥐지 않았으면 나오기 어렵다
  • 본편에서는 그렇지 않다. 13화 안에 사연을 가진 인물을 계속 들여놓는 구성이라 한 회차가 감당하는 몫이 균등하지 않다

곡을 먼저 만난 사람도 있겠지만, 이 작품을 켜는 사람이 대체로 먼저 만나는 것은 본편이다.


세 역할을 겸해서 얻은 것은 음악과 이야기가 같은 설계에서 나왔다는 점이고, 치른 대가는 그 설계를 줄여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