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원작 소설의 애니메이션판으로 알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 영화는 그 소설의 스무 해쯤 뒤를 그린 이야기이고 원작의 주인공은 이 영화 안에 어른이 되어 등장한다. 그 사실 하나를 알고 보면 영화의 구조가 통째로 다르게 읽힌다. 두 사람을 나란히 놓고 적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먼저 뛴 사람은 요시야마 카즈코다

츠츠이 야스타카가 쓴 원작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주인공 마코토의 이모로 나오고, 도쿄의 미술관에서 그림을 손질하는 사람으로 일한다. 마코토가 자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 찾아갔을 때 설명해 주는 인물이 바로 그다. 겪어 본 사람이 겪는 중인 사람에게 설명한다. 이 배치가 이 영화의 뼈대다. 각색이라면 이 인물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원작 소설은 1960년대에 쓰였고 이 영화는 2006년 7월 15일에 개봉했다. 사이에 시대가 통째로 바뀌었으므로 같은 이야기를 같은 인물로 다시 하면 옛날이 된다. 대신 그 인물을 어른으로 옮겨 놓고 새 아이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게 하면, 원작을 지우지 않고도 지금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이어받는 방식은 각색보다 어렵고 대개 더 정직하다.

콘노 마코토

이 인물이 능력을 어디에 쓰는지가 곧 이 영화가 원작과 갈라서는 지점이다

지금 뛰는 사람은 콘노 마코토다

마코토가 얻은 능력으로 하는 일은 대단하지 않다. 지각을 없던 일로 만들고, 노래방에 더 있고, 어색해진 대화를 되감는다. 능력을 받은 사람이 그것을 사소한 데 쓴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농담처럼 보이지만, 되돌린 시간만큼 누군가의 하루가 밀려난다는 계산이 뒤에서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오쿠데라 사토코가 썼는데, 앞부분을 가볍게 굴려 놓고 그 가벼움이 그대로 대가가 되게 만드는 구성이 그의 몫으로 보인다.

인물 배치도 원작과 다르다. 마코토·치아키·코스케 셋이 방과 후에 캐치볼을 하는 관계로 묶여 있고, 이 셋이 무너지는 것이 능력의 대가로 설정돼 있다. 원작이 한 소녀의 이상한 경험이었다면 이 영화는 세 사람의 여름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맡았다.

마미야 치아키

셋 중 하나가 빠지면 캐치볼이 성립하지 않는다. 인물 수 자체가 장치로 쓰인 경우다

두 사람을 겹쳐 놓으면

이모가 조카에게 하는 말은 결국 "나도 그랬다"이다. 관객이 원작을 모르면 그냥 어른의 조언이고, 알면 사십 년 묵은 이야기가 화면 안에서 한 번 더 도는 장면이 된다. 이 영화가 제30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여기에 걸어 두고 싶다. 그 부문의 첫 수상작이었고, 상을 받은 것은 새 이야기였지만 그 새 이야기가 서 있는 바닥은 남이 오래전에 깔아 둔 것이었다.

98분이라는 길이

러닝타임이 98분이다. 두 시간을 넘기지 않는 이 길이는 위의 구조와 맞물린다. 설정을 설명해 줄 인물이 이미 안에 있으므로 세계관을 세우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고, 남는 분량을 전부 세 사람의 방과 후에 쓸 수 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이모의 설명 몇 마디가 곧 배경 설명이 되고, 아는 관객에게는 같은 장면이 회수가 된다. 같은 대사가 두 종류의 관객에게 다른 일을 하도록 짜여 있다. 한국에는 2007년 6월에 들어왔고, 일본 개봉과 한 해 가까이 차이가 난다.

어디까지가 원작에서 온 것인가

이 영화를 통째로 새 작품이라고 해도, 통째로 원작의 것이라고 해도 둘 다 틀린다.

  • 이어받은 뼈대는 원작 몫이다. 이 설정과 인물이 없었으면 시작하지 못했다
  • 새로 지은 것은 이 영화 몫이다. 세 사람의 여름과 98분이라는 길이는 온전히 여기 것이다

요시다 키요시의 음악과 오쿠 하나코가 부른 「ガーネット」도 새로 지은 것에 들어간다. 걸리는 곳은 앞부분의 가벼움이 조금 길다는 점이다.


결국 이 영화가 원작에 진 빚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하나다. 그 사람을 어른으로 데려다 놓은 순간, 다시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