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사건은 거의 전부 담장 안에서 일어난다. 전 24화를 보며 나는 인물이 어느 구역에서 어느 구역으로 이동하는지를 따로 적어 두었다. 그 이동표가 이 작품의 구조와 거의 같은 모양이라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구역 하나: 하급 하녀의 세탁장
마오마오는 화류가에서 자란 약사였다가 납치되어 후궁의 하녀가 된다. 시작 지점이 후궁의 가장 낮은 구역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여기서 이 인물이 가진 지식은 쓸모가 없고, 쓸모가 없다는 사실이 곧 안전이다. 작품은 이 구역을 어둡고 좁은 화면으로 그린다. 인물을 잡는 컷이 대부분 실내이고 천장과 벽이 화면 안에 들어와 있다.
구역 둘: 귀비의 처소
마오마오가 교쿠요의 시독 담당으로 옮겨 가면서 화면의 성질이 바뀐다. 천장이 사라지고 정원과 회랑이 들어온다. 인물 사이의 거리도 멀어진다. 이 작품에서 신분이 올라간다는 것은 화면에서 여백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진시가 등장하는 장면이 유독 넓게 잡히는 것도 같은 규칙이다. 오오츠카 타케오의 발성이 낮고 느린 것과 그 여백은 짝을 이룬다.

이 인물이 어느 구역에 서 있는지를 보면 그 회차의 사건 규모를 미리 알 수 있다
구역 셋: 담장 바깥
24화 가운데 바깥으로 나가는 회차는 많지 않다. 그리고 바깥이 나올 때마다 이야기의 방향이 한 번씩 크게 바뀐다. 이 배분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로 보인다. 후궁물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같은 장소가 반복돼 화면이 지루해지는 것인데, 이 작품은 구역을 셋으로 나누고 이동 자체를 사건의 신호로 쓴다. 감독과 시리즈 구성을 나가누마 노리히로가 겸했고, 제작은 OLM과 TOHO animation STUDIO가 함께 맡았다.
음악이 코사키 사토루, 케빈 펜킨, 오케하자마 아리사 세 사람 체제인 것도 이 구조와 맞물린다. 일상 구역, 궁정 구역, 사건 구역의 음색이 서로 다르고 그 차이가 장면 전환보다 먼저 들린다. 어느 구역으로 넘어갔는지를 관객은 눈보다 귀로 먼저 안다. 주제가도 마찬가지로 둘씩이다. 오프닝은 료쿠오쇼쿠샤카이의 「花になって」와 Uru의 「アンビバレント」, 엔딩은 아이나 디 엔드의 「アイコトバ」와 wacci의 「愛は薬」로 쿨마다 갈렸다.

이 인물이 서 있는 자리는 거의 항상 회랑이나 정원이다. 실내에 갇히는 컷이 드물다
지식이 이동을 만든다
동선 이야기를 한 번 더 밀고 간다. 이 작품에서 마오마오가 구역을 옮기는 계기는 거의 항상 지식이다. 독을 알아보거나, 약의 쓰임을 알아보거나, 증상의 원인을 짚어 낸다. 그러면 윗사람이 그를 다른 구역으로 부른다. 추리물의 해결이 곧 이 작품에서는 이동 허가다. 사건 하나가 끝날 때마다 인물의 위치가 바뀌므로, 24화 내내 같은 화면이 반복되지 않는다.
유우키 아오이의 연기가 그 구조를 떠받친다. 마오마오는 감정을 크게 쓰지 않는 인물이라 대사의 대부분이 평평한 톤으로 나가는데, 약과 독 이야기가 나올 때만 속도가 붙는다. 이 인물이 무엇에 반응하는 사람인지가 연기의 속도 차이 하나로 드러난다. 방영은 2023년 4분기에 시작해 2024년 1분기까지 두 쿨에 걸쳤고, 쿨이 바뀔 때 주제가도 함께 바뀐다.
아쉬운 부분
이 작품은 만든 사람이 하려던 일을 거의 다 해냈다. 다만 24화 후반부로 가면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쓰는 회차 수가 앞쪽보다 늘어난다. 구역을 옮기는 신호가 반복되면서 예측 가능해지는 구간도 있다. 그래도 후궁이라는 좁은 무대에서 24화를 끌고 간 방법 자체가 이 작품의 성취다.
원작을 이어서 볼 사람에게 한 가지만 덧붙인다. 이 작품은 만화판이 두 종류로 동시에 나와 있어 어느 쪽을 집어도 같은 이야기를 다른 그림으로 읽게 된다. 위에서 말한 공간 감각을 이어 가고 싶다면 화면이 넓은 쪽을, 마오마오의 표정을 더 보고 싶다면 인물을 크게 잡는 쪽을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