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물이라는 말부터 정의하고 시작한다. 본편이 따로 있고, 그것을 팔기 위해 덧붙여 만든 물건. 이 정의대로라면 이 작품은 판촉물이다. CD 프로젝트 레드의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위해 기획됐고 그 세계관 안에서 벌어진다. 아래는 그 정의가 이 작품에 얼마나 들어맞는지를 따져 본 글이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정의에 들어맞는 부분

2022년 9월 넷플릭스에서 전 10화가 한 번에 공개됐다. 분량이 짧고, 원작 게임의 무대인 나이트 시티를 그대로 쓰고, 게임에 나오는 장비와 용어를 설명 없이 던진다. 신규 관객을 설득하기보다 이미 그 세계를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구성이다. 여기까지는 판촉물의 문법이 맞다.

공개 시점도 그렇다. 게임은 2020년 출시 직후 완성도 문제로 크게 흔들렸고, 이 작품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2년 뒤다. 회복이 필요한 시점에 배치된 물건이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개 이후 게임 이용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정의를 벗어나는 부분

제작은 트리거, 감독은 이마이시 히로유키, 시리즈 구성은 우사 요시키, 캐릭터 디자인은 요시나리 요우다. 판촉물에 이 조합을 붙이지는 않는다. 이마이시의 연출은 원작에 조용히 봉사하지 않고 화면을 자기 스타일로 끌고 온다. 인물이 움직일 때 관절이 과장되고, 정지 화면의 구도가 만화적으로 기울어 있고, 색은 원작 게임보다 몇 단계 더 세다. 게임의 톤을 재현했다기보다 게임의 소재로 트리거의 화면을 만든 것에 가깝다.

음악을 야마오카 아키라가 맡은 것도 같은 방향이다. 『사일런트 힐』의 음악으로 알려진 사람이고, 그는 선율보다 잡음과 여백을 쓴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는 화면 아래에 계속 불쾌한 저음이 깔려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오프닝은 프란츠 페르디난드의 「This Fffire」, 엔딩은 다비트 포드시아드워의 「Let You Down」으로 둘 다 기성 밴드의 곡을 가져다 썼다. 게임 홍보물이라면 신곡을 만들어 함께 파는 편이 이득이다.

레베카

원작 게임에 없던 인물. 판촉물이 원작에 없는 것을 만들어 되돌려 준 사례다

10화라는 그릇

형식에 대해 한 가지 더 짚는다. 이 작품은 주간 방영 대신 전 10화가 한 번에 공개되는 방식으로 나왔다. 그래서 각 화 끝에 다음 주까지 붙들어 둘 장치를 심을 필요가 없다. 실제로 회차 끝이 절단면처럼 뚝 끊기는 구간이 여러 번 있고, 연달아 보면 그 절단면이 오히려 속도로 작동한다. 주간 편성이었다면 같은 구성이 불친절하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공개 방식이 편집의 자유를 만들어 준 사례다.

트리거라는 제작사의 이력도 이 그릇과 맞았다. 이 스튜디오는 인물의 감정을 화면의 과장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을 반복해 왔고, 그 방식은 긴 분량보다 짧은 분량에서 손해가 적다. 10화 안에서는 과장이 피로가 되기 전에 끝난다. 레베카처럼 원작 게임에 없던 인물이 짧은 등장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설명 대신 화면의 밀도로 인물을 세우는 방식은 시간이 없을 때 더 잘 듣는다.

장점과 단점이 같은 데서 나온다

10화라는 분량은 인물의 변화를 설명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래서 몇몇 전환은 화면의 기세로 밀어붙인다. 그 기세가 이 작품을 보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두 가지가 같은 데서 나오므로 하나만 떼어 내 흠으로 잡기가 어렵다.


무엇을 먼저 볼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한다.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면 이 작품을 먼저 봐도 손해가 없다. 설명되지 않는 용어는 열 편을 보는 동안 맥락으로 채워진다. 반대로 게임을 이미 했다면 이 작품은 판촉물이 아니라 같은 도시를 다른 사람이 찍은 두 번째 필름으로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