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는 마감일이 있다. 졸업까지 1년이고, 그 안에 담임을 죽이지 못하면 지구가 위험해진다는 조건이다. 설정이라기보다 각본이 스스로에게 건 제약에 가깝다. 그 제약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적는다.

암살교실

기한이 있으면 회차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목표가 고정돼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이야기는 두 가지 중 하나로 간다. 목표에 다가가거나, 실패하고 다른 방법을 찾거나. 이 작품은 후자를 반복 구조로 만들었다. 암살이 매번 실패해야 다음 회차가 성립한다. 그런데 실패가 반복되면 관객이 먼저 지치므로, 실패의 이유를 매번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담임의 최고 속도가 마하 20으로 못 박혀 있는 것이 여기서 쓰인다. 속도를 숫자로 정해 두면 그 숫자를 어떻게 우회할지가 매번 다른 문제가 된다.

학교라는 무대도 같은 계산 위에 있다. 학생이 여럿이므로 회차마다 다른 인물이 앞에 설 수 있고, 그때마다 암살 방법이 자연스럽게 바뀐다. 시리즈 구성은 우에즈 마코토다.

코로 선생

죽여야 할 상대가 동시에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 겹침이 없으면 1년이라는 기한은 그냥 시간 제한에 그친다

죽여야 할 상대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것

이 설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한 자체가 아니라 두 역할이 한 인물에 겹쳐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죽여야 하는 대상이 동시에 그들을 가르치는 담임이다.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잃을 것이 커지는 구조이고, 이건 시간이 흐를수록 저절로 강해진다. 기한을 1년으로 잡은 것은 학년이라는 단위를 그대로 쓰기 위해서로 보인다. 학기와 시험과 행사가 이미 배열돼 있으니 각본이 사건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원작은 마츠이 유세이가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한 만화다. 주간 연재는 회차마다 매듭이 필요한 매체이고, 위의 "매번 다른 방법" 구조는 그 리듬과 잘 맞는다. 애니메이션 1기는 22화이고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방영됐다. 제작은 Lerche, 감독은 키시 세이지다.

시오타 나기사

관찰하고 기록하는 학생. 기한이 있는 이야기에서 기록하는 인물은 시계 노릇을 한다

주제가가 반 학기마다 갈린다

오프닝 「青春サツバツ論」을 부르는 것이 3학년 E반 우타탄, 즉 극중 학생 배역들이다. 작품 바깥의 가수 대신 안의 인물들이 주제가를 부르는 배치인데, 학년이라는 단위로 굴러가는 이야기에서 이건 작은 장치가 아니다.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이야기 안의 시간과 같이 흐른다. 엔딩은 반대로 바깥에서 데려왔다. moumoon 의 「Hello, shooting-star」다. 한 회차가 안쪽 목소리로 열리고 바깥 목소리로 닫힌다.

감독 이력을 하나 적어 둔다

감독 키시 세이지는 이 작품 전에 「엔젤 비트!」(2010)를 맡았다. 그쪽도 한 학교에 모인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정해진 분량 안에서 정리되는 구조였다. 학교라는 무대에 인물을 여럿 놓고 회차 단위로 배급하는 일을 이미 한 번 해 본 사람이다. 암살교실의 22화 편성이 이 이력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엔젤 비트!」는 오리지널이라 화수를 먼저 알고 시작했고, 암살교실은 연재 중인 원작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1기가 감당한 몫

1기를 남은 기한으로 나눠 적는다.

  • 1기 22화가 쓰는 분량: 1년 중 앞쪽 절반이다. 아직 잃을 것이 크지 않은 구간이라 코미디 비중이 높다
  • 남겨 둔 분량: 기한이 다가올수록 커지는 긴장은 통째로 뒤에 있다

아쉬운 것은 앞쪽 절반이 설정을 소개하는 데 쓰는 분량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제가는 3학년 E반 우타탄의 「青春サツバツ論」과 moumoon의 「Hello, shooting-star」다.


기한이 정해진 이야기는 기한이 다 됐을 때 값이 치러진다. 그래서 1기만 놓고 하는 평가는 반쪽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작품의 결함이라기보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