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뼈대는 이렇다. 인터넷 저편의 가상 공간에서 무언가가 폭주하고, 현실의 사람들이 모여 그것을 막는다. 싸우는 쪽은 특별한 조직이 아니라 한 무리의 아이들과 가족이다. 이 구조를 호소다 마모루는 2009년에 처음 만든 것이 아니다. 2000년에 이미 한 번 세웠다.

썸머 워즈

앞서 만든 것

「디지몬 어드벤처: 우리들의 워 게임!」이다. 40분짜리 단편이고 호소다 마모루가 감독했다. 네트워크에 풀려난 프로그램이 커지고, 아이들이 각자 있는 곳에서 그것과 싸운다. 썸머 워즈의 구조를 아는 사람이 이 단편을 보면 설계도를 보는 기분이 든다. 다만 그때는 40분이었고 이번에는 114분이다. 늘어난 74분에 무엇을 넣었는지가 이 영화를 볼 때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이다.

늘어난 74분에 들어간 것은 가족이다

답은 사람 수다. 이 영화에는 대가족이 나오고 그 규모가 스물일곱 명으로 못 박혀 있다.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홉 해 전과 거의 같은데, 현실 쪽에 스물일곱 명이 새로 들어왔다. 이 숫자가 각본에 거는 부담은 크다. 인물이 스물일곱이면 이름을 다 소개하는 것만으로 분량이 날아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소개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쓴다. 집이라는 한 장소에 전부 모아 놓고, 누가 누구인지 관객이 알아서 파악하게 둔다.

각본은 오쿠데라 사토코가 썼다. 이 사람은 호소다 마모루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각본을 맡았다. 같은 뼈대를 다시 세우기로 했을 때 각본가를 새로 데려오지 않았다는 것도 이 영화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알려 준다. 캐릭터 디자인은 사다모토 요시유키다.

코이소 켄지

가상 공간과 현실 양쪽에 걸친 인물. 두 세계를 잇는 사람이 하나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구조의 조건이다

소개를 생략한 대신 쓴 것

스물일곱 명을 이름으로 소개하지 않으면 관객이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후반에 들어간다. 이 영화가 소개 대신 넣은 것은 직업이다. 일가 사람들의 직업과 집안에서 맡은 역할이 후반의 반격 장면에 그대로 쓰인다. 누구의 성격이 어떤지는 몰라도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게 되고, 그 정보만으로 후반에 각자가 왜 그 역할을 맡는지가 설명된다. 이름 스물일곱 개를 외우게 하는 대신 직업 스물일곱 개를 쓰게 만든 셈이다. 40분짜리 단편에는 이 방법이 없었다. 거기서는 인물이 이미 시리즈로 알려져 있었으니 소개할 필요 자체가 없었다.

왜 다시 세웠나

추측은 하지 않겠다. 대신 확인되는 조건 하나를 적는다. 2000년의 그 단편은 시리즈물의 한 편이었다. 이미 있는 세계관과 이미 있는 인물들 위에서 만든 것이고, 감독이 정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좁았다. 썸머 워즈는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이다. 같은 뼈대를 이번에는 처음부터 자기 것으로 지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제3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것도 이 두 번째 판본이다.

이 영화 뒤에 감독이 한 일

이 영화가 감독 이력에서 어디쯤인지 알려 주는 사실이 하나 있다. 썸머 워즈는 호소다 마모루가 매드하우스에서 만든 마지막 오리지널 장편이다. 이 뒤에 그는 스튜디오 치즈를 세우고 자기 회사에서 「늑대아이」를 만든다. 2000년의 단편은 남의 세계관을 빌려 만들었고, 2009년의 장편은 남의 스튜디오에서 만들었고, 그 뒤의 작품들은 자기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다. 같은 뼈대를 두 번 세우는 사이에 감독이 가진 것의 범위가 계속 넓어졌다는 뜻이다.

각본가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오쿠데라 사토코는 이 영화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각본도 썼다. 두 편 다 여름과 시골이 배경이다. 일본 개봉은 2009년 8월 1일, 한국 개봉은 같은 달 13일이었다.

뼈대와 살을 나눠 적는다

  • 뼈대: 아홉 해 전에 이미 완성돼 있었다. 이번에 새로 지은 것이 아니므로 이 영화만의 공으로 볼 수는 없다
  • 살: 스물일곱 명을 한 집에 넣고 소개를 생략한 판단, 야마시타 타츠로의 「僕らの夏の夢」을 주제가로 세운 배치. 이쪽은 온전히 이 영화 것이다

러닝타임은 114분이고 음악은 마츠모토 아키히코가 맡았다.


같은 뼈대를 세 번째로 세운다면 이번에는 무엇을 늘릴까. 두 번째에서 늘린 것이 사람 수였으니 다음에 늘릴 것이 남아 있기는 한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