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볼 때 알아 두면 좋은 것이 하나 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것은 원작을 곧바로 옮긴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세 번째 판본이고 앞에 둘이 더 있다. 셋은 서로 다른 매체다. 순서대로 적는다.

원펀맨

첫 번째 판본은 ONE 의 웹만화다

출발점은 ONE 이라는 필명의 작가가 개인적으로 올린 웹만화다.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에 올라간 것이고, 그림은 전문 작화의 기준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었다. 이 조건이 중요하다. 그림에 기대지 않고 읽히려면 이야기가 혼자 힘으로 버텨야 한다. 주인공이 무엇을 하든 한 방에 끝난다는 설정은 보통이라면 이야기를 죽이는 조건인데, 이 작품은 그 조건 자체를 농담의 재료로 쓴다.

두 번째 판본은 무라타 유스케의 리메이크다

같은 이야기를 무라타 유스케가 다시 그렸다. 이쪽은 상업지 기준의 작화이고, 원작이 갖지 못했던 것을 통째로 붙였다. 여기서 이 이야기는 성격이 한 번 바뀐다. 한 방에 끝난다는 농담이, 한 방에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공들여 그린 그림 위에 얹히게 된 것이다. 농담과 그림이 서로를 배반하는 구조인데 그 어긋남이 이 작품의 웃음을 키웠다.

우리가 보는 애니메이션의 원작 표기가 이 리메이크판이다. ONE 이 원작, 무라타 유스케가 작화로 함께 올라간다.

사이타마

아무리 강한 상대가 나와도 결과가 정해져 있다. 이 설정을 세 판본이 각자 다른 방법으로 감당한다

세 번째 판본이 애니메이션이다

2015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 12화로 방영됐다. 제작은 매드하우스, 감독은 나츠메 신고, 시리즈 구성은 스즈키 토모히로, 캐릭터 디자인은 쿠보타 치카시다. 애니메이션이 이어받은 것은 두 번째 판본의 조건이다. 결과가 정해진 싸움을 공들여 보여 준다는 조건이다. 그림이 움직이게 되면 그 어긋남은 더 커진다. 정지한 그림에서는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스스로 정하지만, 화면에서는 그 속도를 정하는 것이 제작진이기 때문이다.

주제가 배치도 같은 농담 위에 있다. 오프닝은 JAM Project 의 「THE HERO !!」로 정통 히어로물의 어법을 그대로 가져왔고, 엔딩은 모리구치 히로코의 「星より先に見つけてあげる」로 온도가 정반대다. 음악은 미야자키 마코토가 맡았다.

회차 부제가 같은 농담을 한 번 더 한다

12화의 부제를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형식이 거의 하나다. 「최강의 남자」·「고고한 사이보그」·「집념의 과학자」·「궁극의 스승」·「심해의 왕」처럼 수식하는 말 하나에 사람을 붙인 명사구가 열한 번 이어진다. 히어로물이 상대를 소개할 때 쓰는 어법 그대로다. 그런데 결과는 열두 번 다 같다. 거창한 이름을 붙여 놓고 그 이름값이 매번 무효가 되는 것이 이 작품의 농담인데, 부제만 읽어도 그 구조가 보인다.

1화가 「최강의 남자」이고 12화가 「최강의 히어로」다. 같은 말로 열고 닫는다.

덧붙임: 애니메이션도 하나가 아니다

판본을 셋으로 세었지만 정확히는 세 번째도 갈라져 있다. 2기는 2019년에 나왔고 제작사가 J.C.STAFF 로 바뀌었다. 3기는 2025년이다. 기수마다 만드는 회사가 다르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또 한 번 옮겨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1기뿐이다.

ONE 이 같은 경로를 두 번 갔다는 것도 적어 둔다. 「모브 사이코 100」도 개인 웹 연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얼마나 잘 옮겨졌는가

판본마다 따로 값을 매기는 것은 이 작품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셋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쌓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하나로 묶어 보면 아쉬운 것은 12화라는 분량이다. 세 번째 판본은 두 번째 판본이 쌓아 둔 것을 한 쿨 안에 담아야 했고, 그러면 무엇을 넣을지 고를 수밖에 없다.


셋 중 무엇을 먼저 볼지 묻는다면 애니메이션이라고 답한다. 가장 짧고, 나머지 둘로 가는 길이 여기서 양쪽으로 다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