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기아스 1기는 2006년 10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방영했다. 전 25화짜리가 열 달에 걸쳐 있는데, 주 1회로 내보내면 반년이면 끝나는 분량이다. 넉 달이 어디선가 빈다.

코드기아스 반역의 를르슈

23화까지 나간 뒤 2007년 3월 29일에 방영이 한 번 멈췄다. 남은 24화와 25화는 넉 달 뒤인 7월 28일에 한 시간짜리 특별 편성으로 함께 나갔다. 이 글은 그 넉 달이 이 작품에 무엇을 했는지만 따진다.

하필 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붙는 말이 매 화가 다음 화를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회를 끊는 지점을 매번 가장 궁금한 대목에 둔다는 뜻이고, 그런 구성을 클리프행어라 부른다.

클리프행어는 일주일을 전제로 설계된 장치다. 한 주를 견디게 만들도록 계산된 것이 열여섯 주를 견뎌야 했다. 스무 편이 넘는 회차를 그렇게 끊어 온 작품이 마지막에서 두 번째 회차를 그 상태로 두고 넉 달을 비웠다. 이런 종류의 사고가 어느 작품에나 같은 무게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느슨하게 끊는 작품이었다면 넉 달은 그냥 공백이었을 것이다.

두 화를 붙여 내보낸 것

돌아왔을 때의 편성도 눈에 걸린다. 24화와 25화를 한 주씩 나누지 않고 한 시간짜리로 붙여서 한 번에 내보냈다. 주 1회 편성을 25화 내내 지켜 온 작품이 마지막 두 화에서만 그 규칙을 버린 것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결과는 분명하다. 넉 달을 기다린 사람에게 일주일을 더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공백이 만든 부담을 이야기를 고쳐서가 아니라 편성을 바꿔서 덜어 낸 결정으로 읽힌다.

를르슈 람페르지

한 회를 어디서 끊을지가 이 작품의 설계다. 그 설계가 편성 사고를 만나면 값이 달라진다

원작이 없다는 것이 여기서 일한다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이 작품은 원작 없는 오리지널이다. 만화나 소설이 먼저 있는 작품이라면 방영이 멈춰도 우회로가 있다.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원작을 사서 읽으면 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

여기에는 그 길이 없었다. 넉 달 동안 결말이 어디에도 없었다는 뜻이다. 같은 길이의 공백이라도 원작이 있는 작품과 없는 작품에 같은 무게로 떨어지지 않는다. 캐릭터 원안을 CLAMP 가 맡았다는 것 때문에 만화가 먼저 있는 작품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원안은 원작이 아니다.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지었고 그 시점에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공백이 남긴 것

여기서부터는 추정이므로 그렇게 적는다. 넉 달 동안 결말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동안 남는 것은 각자의 예상뿐이다. 돌아온 두 화는 그 예상들과 나란히 놓이게 된다. 기다림이 길수록 쌓이는 기대도 커진다. 이 작품의 결말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데에는 결말 자체 말고도 이 조건이 얹혀 있다고 본다.

남은 사실도 적어 둔다. 선라이즈가 만든 원작 없는 오리지널이고, 감독은 타니구치 고로, 캐릭터 원안은 CLAMP다. 를르슈 역은 후쿠야마 준이며 이 배역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2기 「R2」가 2008년에 나와 완결됐고, 2019년에는 스핀오프 극장판 「부활의 를르슈」가 나왔다.

구성이 원래 안고 있던 부담

공백보다 앞서 있던 문제도 있다. 매 회를 가장 궁금한 대목에서 끊는 구성은 다음 회차가 그 궁금증을 감당해야 성립하는데, 25화를 그 방식으로만 밀면 뒤로 갈수록 끊는 대목을 더 세게 잡아야 한다. 넉 달의 공백은 그 부담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고, 부담 자체는 편성 사고와 무관하게 있었다.


지금 보는 사람에게는 그 넉 달이 없다. 23화에서 24화로 바로 넘어간다. 그러니 순서를 묻는다면 1기를 끝까지 본 뒤 2기로 바로 가라고 답한다. 다만 23화를 보고 하루쯤 두었다가 24화를 켜 보는 것도 한 번쯤 해 볼 만하다. 그 사이에는 원래 넉 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