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TV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십수 년 뒤에 극장에 걸리는 일이 있다. 그때 같은 인물의 목소리를 맡는 사람이 그대로인지 궁금해서, 네 작품의 배역 명단을 앞뒤로 놓고 이름을 하나씩 맞춰 봤다. 결과가 깨끗하게 갈렸다.

에반게리온은 스물여섯 해 동안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TV 시리즈가 1995년이고 마지막 신극장판이 2021년이다. 두 명단에 같이 나오는 배역이 열한 개인데 열한 개 모두 같은 사람이다. 이카리 신지는 오가타 메구미, 카츠라기 미사토는 미츠이시 코토노,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는 미야무라 유코다. 주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카기 리츠코, 후유츠키 코조, 이부키 마야까지 전부 그대로다.
신극장판의 첫 편이 나온 2007년까지만 끊어도 같은 결과다. TV 시리즈와 그 편에 같이 나오는 배역이 열여섯 개이고 열여섯 개 다 같은 사람이다. 열두 해가 지난 시점에도 명단이 그대로였고, 그 뒤 열네 해가 더 지나도록 그대로였다는 뜻이다.
코드기아스도 열세 해 뒤에 그대로였다
TV 시리즈가 2006년, 「부활의 를르슈」가 2019년이다. 겹치는 배역이 열네 개이고 역시 열네 개 모두 같은 사람이다. 를르슈는 후쿠야마 준, C.C.는 유카나, 스자쿠는 사쿠라이 타카히로다. 카렌·밀리·로이드처럼 비중이 덜한 인물까지 한 명도 안 바뀌었다.
건담 SEED는 하나만 바뀌었다
TV 시리즈가 2002년, 「SEED FREEDOM」이 2024년이니 스물두 해가 지났다. 겹치는 배역이 넷인데 셋은 그대로다. 키라 야마토는 호시 소이치로, 아스란 자라는 이시다 아키라, 라크스 클라인은 타나카 리에다.
남은 하나가 카가리 유라 아스하다. TV 시리즈에서는 신도 나오미였고 극장판 명단에는 모리 나나코로 올라 있다. 넷 중 하나만 바뀐 셈이라, 방침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그 배역 하나에 사정이 있었다고 보는 쪽이 자연스럽다.
슬램덩크는 전원이 바뀌었다
TV 시리즈가 1993년이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022년이다. 스물아홉 해 사이다. 겹치는 배역이 여덟인데 여덟 모두 다른 사람이다.
이름을 붙여 보면 이렇다. 사쿠라기 하나미치는 쿠사오 타케시에서 키무라 스바루로, 루카와 카에데는 미도리카와 히카루에서 카미오 신이치로로, 아카기 타케노리는 야나다 키요유키에서 미야케 켄타로, 미츠이 히사시는 오키아유 료타로에서 카사마 준으로 바뀌었다. 미야기 료타·하루코·안자이 감독·아야코도 마찬가지다. 한 명도 남지 않았다.
겹치는 배역의 수 자체도 작품마다 다르다. 코드기아스가 열넷으로 가장 많고 에반게리온이 열하나, 슬램덩크가 여덟, 건담 SEED 가 넷이다. 건담 SEED 쪽이 적은 것은 극장판 명단에 새 인물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고, 앞 시리즈에서 이어진 인물만 놓고 보면 넷이 전부다. 그래서 SEED 의 "넷 중 셋" 과 슬램덩크의 "여덟 중 영" 은 분모가 다른 비교다. 분모를 맞추려면 바뀐 사람 수로 봐야 하고, 그러면 하나와 여덟이다.
간격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네 작품을 간격 순으로 늘어놓으면 슬램덩크 스물아홉 해, 에반게리온 스물여섯 해, 건담 SEED 스물두 해, 코드기아스 열세 해다. 가장 오래 걸린 쪽과 그다음이 정반대 결과를 냈다. 스물아홉 해 쪽은 전원을 바꿨고 스물여섯 해 쪽은 한 명도 안 바꿨다.
사이에 다른 작품이 있었는지로도 갈리지 않는다. 에반게리온은 신극장판이 2007년부터 이어져 있었고 건담 SEED 와 코드기아스도 중간에 다른 편이 있었다. 슬램덩크는 1990년대 이후 새 작품이 없다가 2022년에 한 편이 나왔다. 공백이 길수록 바꾼다는 규칙이라면 맞아떨어지지만, 에반게리온의 공백도 짧지 않았다.
목소리가 돌아오는가. 네 작품 중 셋은 거의 그대로 돌아왔고, 한 작품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