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6화를 두 번 통과했다. 두 번째는 모니터를 끄고 소리만 들었다. 이 작품이 음악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은 흔하지만 그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화면을 지워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를 먼저 적으면 소리만으로 버티는 회차와 완전히 무너지는 회차가 갈렸다.

카우보이 비밥

조건부터 적는다

감독은 와타나베 신이치로, 음악은 칸노 요코, 연주는 시트벨츠, 제작은 선라이즈다. 1998년 TV도쿄에서 일부 회차가 먼저 나갔고 전 26화는 같은 해 10월부터 WOWOW에서 방영됐다. 이 작품에서 회차를 세는 단위는 화가 아니라 「세션」이다. 1화 부제가 「애스터로이드 블루스」이고 이후로도 부제 대부분이 곡명이거나 음악 용어에서 왔다. 명명 규칙이 그렇다면 소리를 먼저 두고 그림을 나중에 붙였다는 뜻인지, 아니면 멋을 낸 것뿐인지를 확인하려 했다.

버티는 회차, 악기 편성이 회차마다 갈린다

소리만 들으면 시트벨츠의 악기 편성이 회차마다 다르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들린다. 오프닝 「Tank!」는 관악을 앞세운 빅밴드이고 엔딩 「The Real Folk Blues」는 블루스다. 한 작품의 시작과 끝을 서로 다른 장르로 묶어 놓은 셈이다. 본편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세션은 컨트리 기타가, 어떤 세션은 오르간이, 어떤 세션은 합창이 배경을 지배한다. 장르를 갈아타는 옴니버스라는 이 작품의 성격은 각본보다 편성에서 먼저 드러난다. 화면을 끄면 그 갈아타기가 오히려 크게 들린다.

대사 밀도가 낮다는 것도 소리로 확인된다. 스파이크 스피겔을 맡은 야마데라 코이치는 문장을 길게 끌지 않고, 제트 블랙을 맡은 이시즈카 운쇼는 말수 자체가 적다. 소리만 남기면 총성과 엔진음과 발소리가 대사보다 오래 화면을 점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정보를 나르는 것은 절반쯤 효과음이다.

스파이크 스피겔

이 인물이 말하지 않고 버티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는 소리만 들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

무너지는 회차, 코미디는 소리로 성립하지 않는다

반대로 소리만으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회차가 있다. 에드가 합류한 뒤 늘어나는 코미디 세션이 그렇다. 코미디 회차의 웃음은 표정과 몸짓, 그리고 인물이 갑자기 늘어지거나 사라지는 작화 개그에 기대 있다. 타다 아오이의 연기는 소리만 들으면 소음에 가깝게 들린다. 화면이 없으면 그 소음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페이 발렌타인이 중심에 서는 회차도 절반쯤 무너진다. 하야시바라 메구미의 연기는 정확하지만 이 인물이 나르는 정보는 대사보다 시선과 표정에 실려 있다. 이 작품이 소리로 만들어졌다는 통설은 절반만 맞다. 정확히는 액션과 드라마 세션이 소리로 만들어졌고 코미디 세션은 그림으로 만들어졌다. 한 작품 안에 제작 원리가 두 개 있다는 뜻이다.

페이 발렌타인

대사보다 시선이 많은 것을 말하는 인물. 소리만 남기면 이 인물이 먼저 지워진다

소리만 듣고도 마지막 회차를 안다

실험에서 가장 뚜렷한 결과는 마지막 회차에서 나왔다. 25화까지 엔딩은 줄곧 「The Real Folk Blues」인데 26화에서만 곡이 「Blue」로 바뀐다. 화면을 끄고 듣고 있어도 그 교체는 즉시 감지된다. 작품이 끝난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알리는 신호를 이 작품은 자막이나 대사 대신 곡 교체 하나로 처리했다. 26화를 통틀어 엔딩곡을 손댄 것이 이 한 번뿐이라 신호는 더 커진다.

시리즈 구성과 각본을 맡은 노부모토 케이코가 회차를 서로 독립된 이야기로 짜 둔 것도 소리만 들을 때 드러난다. 앞 회차의 소리가 다음 회차로 이어지는 구간이 거의 없다. 연속극이라면 음악이 회차를 가로질러 기억을 붙들어 주는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는다. 매번 새 편성으로 시작해서 그 편성 안에서 끝낸다. 옴니버스라는 형식을 음악이 각본보다 먼저, 그리고 더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두 원리가 남긴 것

걸리는 데는 위에 적은 그대로다. 26화 안에서 두 개의 원리가 회차 단위로 번갈아 나오고, 그 둘은 서로를 보강하지 않는다. 통일성 대신 폭을 얻은 선택이라 결함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완결된 하나의 물건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답을 내지 못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회차 부제를 곡명으로 붙인 작품은 이후로도 여럿 나왔다. 그중에 화면을 껐을 때 절반 이상이 남는 작품이 또 있었나.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