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1997년부터 해마다 4월에 나왔다. 1편부터 29편까지 개봉일을 늘어놓고 봤더니 걸른 해가 하나, 요일이 바뀐 지점이 하나 있다.

서른 해에 스물아홉 편
1편 「시계장치의 마천루」가 1997년 4월 19일에 나왔고, 29편 「하이웨이의 타천사」가 2026년 4월 10일에 나왔다. 1997년부터 2026년까지는 서른 해인데 편수는 스물아홉이다. 한 해가 비어 있다.
비는 해는 2020년이다. 23편 「감청의 권」이 2019년 4월 12일에 나왔고 다음 편인 24편 「비색의 탄환」은 2021년 4월 16일에 나왔다. 그사이 한 해를 건너뛴 셈이다. 24편은 원래 2020년 4월에 걸릴 예정이었다가 한 해 미뤄졌다.
개봉일을 날짜로만 보면 더 좁다. 스물아홉 편이 전부 4월 9일에서 4월 22일 사이에 들어간다. 4월 초도 없고 5월로 넘어간 적도 없다. 3월에 앞당긴 적도 없다. 서른 해 동안 두 주짜리 창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같은 두 주 안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당겨졌다. 앞의 열 편은 평균 4월 17.7일에 걸렸고, 최근 여덟 편은 평균 4월 13.8일이다. 나흘쯤 당겨진 셈이다. 가장 이른 것은 9편 「수평선상의 음모」로 2005년 4월 9일, 가장 늦은 것은 4편 「눈동자 속의 암살자」로 2000년 4월 22일이다. 스물아홉 편의 개봉일을 한 장에 겹쳐 놓으면 4월 중순에 좁게 몰린 덩어리가 된다.

개봉 시기가 고정된 시리즈는 관객이 날짜를 외우게 된다
요일이 딱 한 번 바뀐다
같은 날짜들을 요일로 바꿔 보면 더 뚜렷한 것이 나온다. 1편부터 21편까지, 그러니까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스물한 편이 전부 토요일에 개봉했다. 21편 「감벽의 관」이 2017년 4월 15일 토요일이다.
그런데 22편 「제로의 집행인」은 2018년 4월 13일, 금요일이다. 그 뒤로 23편부터 29편까지 여덟 편이 전부 금요일이다. 스물한 번 토요일을 지키다가 한 번 금요일로 옮겼고, 그다음부터 되돌아가지 않았다.
이 변화가 이 시리즈 안에서 결정된 것인지 극장 쪽 사정이었는지는 날짜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바뀐 시점이 한 번뿐이고 그 뒤로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해마다 다시 정하는 일이 아니라 한 번 정해 놓고 따르는 일에 가깝다.

스물한 편을 토요일에 걸다가 한 번 금요일로 옮겼다
러닝타임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초기에는 짧았다. 1편이 94분, 2편부터 5편까지가 99분에서 100분 사이다. 여섯 번째 편에서 107분으로 올라간 뒤로는 100분대 후반에 머문다. 가장 긴 편은 12편 「전율의 악보」로 116분이다.
여섯 번째 편에서 100분을 넘긴 뒤 다시 100분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다. 14편 「천공의 난파선」이 102분으로 뒤쪽 편들 가운데 가장 짧고, 그 한 편을 빼면 13편부터는 모두 105분을 넘는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올라간 자리에서 멈춘 모양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뒤쪽이다. 15편 「침묵의 15분」부터 29편까지 열다섯 편이 전부 108분에서 112분 사이에 들어간다. 열다섯 해 동안 편차가 4분이다. 이야기의 규모나 등장인물 수가 편마다 다른데도 완성본 길이는 거의 같은 자리에 떨어진다.
흑철의 어영도 그 규격 안에 있다
26편 「흑철의 어영」은 2023년 4월 14일 금요일에 개봉했고 러닝타임은 109분이다. 날짜도 요일도 길이도 앞뒤 편과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편의 일본 흥행 수입은 138.8억 엔으로,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100억 엔을 넘긴 편이다. 한국에서도 관객 약 80만 명으로 시리즈 국내 최고 기록을 냈다.
감독은 타치카와 유즈루, 각본은 사쿠라이 타케하루, 주제가는 스피츠의 「美しい鰭」다. 바꾼 것은 안에 넣은 이야기와 사람이고, 담는 그릇의 치수는 그대로 뒀다. 흥행이 크게 뛴 편이라고 해서 길이를 늘리거나 개봉을 여름으로 옮기지 않았다.
서른 해를 지킨 이 4월이 언제 깨질지는 지금까지의 날짜만으로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