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한 가지만 짚는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은 빌렸고 이야기는 빌리지 않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요시노 겐자부로가 1937년에 낸 책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그 책을 옮긴 것이 아니다. 대신 작중에서 주인공 마히토가 읽는 책으로 그 책이 실제로 나온다. 제목을 가져오고, 가져온 물건을 화면 안에 놓아 출처를 밝힌 셈이다.

이 작품은 원작이 따로 없는 오리지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작과 각본을 직접 썼다. 즉 「원작 없음」과 「제목을 빌림」이 한 작품 안에 같이 있다.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아서 적어 둔다.

홍보도 같은 방식이었다

일본 개봉 때 예고편도 포스터도 출연진도 내놓지 않았다. 관객이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알 수 있는 것이 제목과 감독 이름뿐이었다는 뜻이다. 그 조건에서 제목이 하는 일이 평소보다 훨씬 크다. 아는 사람에게는 1937년 책을 떠올리게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질문 하나만 남긴다. 둘 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다.

마키 마히토

제목과 감독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은 개봉이었다

배역 명단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주요 배역은 이렇다. 마히토는 산토키 소마, 왜가리는 스다 마사키, 새어머니 나츠코는 키무라 요시노다. 뒤의 둘은 성우가 본업이 아니다.

여기서 이름 하나가 걸린다. 스다 마사키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두 작품 다 성우가 본업이 아닌 배우를 주연에 세웠다. 예고편을 안 내놓으면 출연진으로 관객을 끌 수도 없다. 그런데도 배우를 썼다는 것은 홍보가 아니라 목소리 자체가 필요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브리 안에서 이 작품의 자리

지브리 장편 가운데 원작 없이 만든 것으로는 이웃집 토토로·천공의 성 라퓨타·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모노노케 히메·벼랑 위의 포뇨가 있고, 이 작품도 그쪽이다. 여기까지는 전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었고, 다카하타 이사오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도 원작 없이 만든 장편이다.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다케토리 이야기」 설화가 바탕이라 여기서 뺐다.

그러니 제목을 빌린 이 오리지널은 그가 원작 없이 만든 작품 가운데 가장 나중에 놓인다. 앞의 작품들은 제목이 전부 작품 안의 것을 가리킨다. 토토로도, 라퓨타도, 포뇨도 작중에 나오는 이름이다. 이 작품만 제목이 바깥에서 왔다.

그래서 반응이 갈렸다

상 쪽은 분명하다. 제96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제81회 골든글로브, 제77회 BAFTA 를 같은 해에 받았다.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비영어권 작품이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은 두 번째 오스카다.

흥행은 일본 수입 90억 엔대다. 흥행 대성공의 기준으로 흔히 드는 100억 엔에는 못 미쳤다. 한국에서는 개봉 2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상과 흥행이 같은 방향인데 관객 반응은 갈렸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이다. 상징이 많고 설명이 적은 구성이 그 이유로 자주 꼽힌다.

보는 동안 걸리는 것

아쉬운 쪽은 그 설명 부족이다. 123분이고 중간부터 규칙이 바뀌는데 그 규칙을 알려 주지 않는다. 제목이 질문이고 영화도 답을 주지 않는다. 그게 의도라는 것은 알겠는데, 의도를 안다고 해서 보는 동안 편해지지는 않는다.

남은 사실도 적어 둔다. 2023년 7월 14일 일본 개봉, 한국은 10월 25일이다. 제작은 스튜디오 지브리이고 러닝타임은 123분이다.


제목을 빌리고 그 물건을 화면에 놓아 두는 방식이 다른 작품에도 있는지는 아직 못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