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를 볼 때마다 적어 둔 일지에서 세 편만 옮긴다. 끝까지 본 뒤에 정리한 글은 아니고 그때그때 적은 것이다. 결말을 아는 상태로 앞부분을 쓰면 반드시 앞부분이 결말의 설명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지는 8화에서 끊는다.

나만이 없는 거리

1화 「주마등」에서 오프닝은 뒤에 붙는다

첫 화를 보고 적어 둔 것은 주제가의 자리에 관한 것이다. ASIAN KUNG-FU GENERATION의 「Re:Re:」는 이 작품의 오프닝으로 알려져 있는데, 1화에서는 오프닝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 1화에서 이 곡은 엔딩으로 붙고, 2화부터 앞으로 옮겨 간다. 첫 화를 곡 없이 시작해 끝에서야 제목과 밴드 이름을 보여 주는 배치다. 이야기가 시간을 뒤로 되감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주제가의 위치도 한 번 뒤로 갔다가 제자리를 찾는다.

곡 자체의 내력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Re:Re:」는 2016년에 새로 쓴 곡이 아니다. 2004년 앨범 「ソルファ」에 실렸던 곡을 다시 녹음해 2016년 3월 16일 싱글로 냈다. 12년 전에 만든 것을 다시 손봐 앞에 세운 것이다. 작품이 하는 일과 같은 일을 주제가가 먼저 한다. 노이타미나 시간대에 나갔다는 것도 여기 걸려 있다. 만화·소설 원작을 한 쿨로 정직하게 옮기는 작품이 오래 앉아 온 시간대이고, 이 작품도 산베 케이의 원작을 12화로 접는다.

후지누마 사토루

되감기는 것은 이 인물의 시야다. 규칙을 설명하는 몫도 전부 이 얼굴 위에 얹힌다

3화 「멍」까지 카지우라 유키가 아직 안 나온다

3화까지 적어 둔 메모가 이것 하나다. 음악을 카지우라 유키가 맡았는데 그 사실이 화면에서 잘 안 느껴진다. 그가 이름값을 얻은 방식은 성부를 겹친 합창과 현을 전면에 세우는 음악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편성이 거의 안 나온다. 피아노 한 대와 낮은 현이 배경으로 깔릴 뿐이다. 대신 대사 없는 구간이 길다. 초등학교 교실과 눈 쌓인 길에서 소리를 거의 다 빼고 아이들의 발소리만 남긴다. 곡을 아꼈다기보다 곡이 들어갈 구간을 처음부터 적게 만들어 둔 설계로 보인다. 이 판단이 옳았는지는 뒤에서 판가름 나겠지만, 3화까지는 이쪽이 작품에 맞는다.

8화 「나선」까지 부제는 전부 명사 하나다

부제를 적어 놓고 보니 규칙이 있다. 1화 「주마등」, 2화 「손바닥」, 3화 「멍」, 4화 「달성」, 5화 「도망」, 6화 「사신」, 7화 「폭주」, 8화 「나선」. 전부 명사 하나다. 형용도 없고 인물 이름도 없다. 부제가 그 회차에서 일어난 일을 요약하지 않고, 그 회차의 모양만 가리킨다. 「나선」은 특히 그렇다. 사건을 알려 주는 대신 이야기가 어떤 궤적으로 돌고 있는지를 적는다. 되감기를 소재로 쓰는 작품에서 부제를 이렇게 다는 것은 관객에게 줄거리를 미리 알려 주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후지누마 사치코

타카야마 미나미의 낮은 발성이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어른의 속도로 말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그 대비가 크다

일지를 여기서 끊는 이유

8화 이후는 적지 않는다. 이 작품에 관해 사람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이 뒤쪽 네 편에 몰려 있고, 그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 이 글은 앞의 여덟 편을 뒤쪽의 준비물로 취급하게 된다. 앞의 여덟 편은 그 자체로 굴러간다. 아역 사토루를 배우 츠치야 타오에게 맡긴 배치도 뒤쪽을 위한 포석이라기보다 그 구간을 성립시키려는 선택이다.

여기까지 보면서 걸린 것은 음악이 아니라 2·3화의 온도다. 규칙을 다 깔아 둔 뒤의 두 편이 유독 조용하고, 그 구간에서 한 번 놓으면 다시 붙잡기가 쉽지 않다.


초등학교의 겨울과 교실의 공기를 오래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사건이 빠르게 굴러가는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켠 사람에게는 앞의 세 편에서 이미 안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