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다룬 영상에서 카메라는 보통 관중석이나 코트 옆 기자석에 놓이고, 둘 다 경기장 바깥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걸린 것은 카메라가 그 두 곳 어디에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러닝타임 124분 동안 화면은 자꾸 선수들 사이로 들어간다. 그 선택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치렀는지 세 가지로 나눠 적는다.

1. 화자를 바꾼 것이 카메라를 바꿨다
원작 만화의 시점은 사쿠라기 하나미치에게 있다. 이 영화는 그것을 포인트 가드 미야기 료타로 옮겼다. 인기 순서로 고른 결정이라기보다 카메라 때문에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포인트 가드는 공을 가지고 코트 전체를 보는 자리다. 화자를 그에게 주면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코트 안, 그것도 가장 낮은 눈높이에 놓인다. 공을 쥔 사람의 시야를 따라가는 순간, 관객은 경기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경기를 운영하는 사람의 자리에 앉는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과 감독을 함께 맡았기 때문에 가능한 개편이기도 하다. 미야기의 과거는 그가 1998년에 그린 단편 「피어스」의 설정을 늘린 것이다.

165cm라는 신장을 약점으로 두지 않고 카메라의 높이로 썼다. 이 인물을 화자로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3D CG를 쓴 값과 치른 값
경기 장면은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단델리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3D CG와 손그림 질감을 섞어 만들었다. 이 방식이 아니면 위의 카메라가 성립하지 않는다. 손으로 그리는 작화에서 열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코트를 임의의 각도로 잡으려면 그 각도마다 열 명을 다시 그려야 한다. 3D로 세워 두면 카메라만 옮기면 된다. 패스가 돌아가는 동안 시점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장면들이 그 결과다.
치른 값도 분명하다. 인물의 얼굴이 감정을 크게 실어야 하는 순간에는 CG 특유의 고른 질감이 걸린다. 손그림 쪽으로 처리를 밀어 붙인 컷이 섞여 있는 것도 그 때문일 텐데, 두 질감이 한 장면 안에서 번갈아 나올 때 시선이 잠깐 미끄러진다. 움직임을 얻고 표정을 조금 내준 거래다. 나는 그 거래가 남는 장사였다고 본다. 이 질감보다 더 아쉬운 것은 아래 3번에 적는다.
3. 소리가 관중석을 지운다
소리가 화면보다 먼저 옮겨 갔다. 이 영화에서 관중의 함성은 자주 뒤로 물러나고 대신 신발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공이 손바닥에 닿는 소리, 숨소리가 앞으로 나온다. 음악을 맡은 타케베 사토시는 결정적인 구간에서 아예 곡을 빼기도 한다. 경기의 절정에서 음악을 넣는 것이 관습인데 그 관습을 뒤집은 것이다. 주제가를 The Birthday의 「LOVE ROCKETS」와 10-FEET의 「第ゼロ感」 두 곡으로 두고 본편에서는 그것을 아끼는 배치도 같은 판단 위에 있다.

원작의 주인공이 조연의 자리로 내려온다. 이 배치를 모르고 보면 인물 소개가 지나치게 빠르게 느껴진다
다만 이 구성에는 대가가 있다. 시합의 진행과 미야기의 과거가 교차하는데, 과거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경기의 호흡이 끊긴다. 그리고 원작 31권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가 여기서 벌어진다. 미츠이나 루카와가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는 이 영화가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에게는 생략이 밀도가 되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인물이 된다. 성우진을 TV판에서 전면 교체하고 26년 만에 새로 만든 작품이라 기대고 갈 기억이 관객마다 다르다는 조건도 겹친다. 한국에서 관객 약 488만 명, 일본에서 흥행 수입 약 158억 엔이 나왔고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지만, 그 숫자가 모든 좌석에서 같은 경험이 나왔다는 뜻은 아니다.
다시 첫 문단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관중석에 앉아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영화는 경기를 구경하는 기분 대신 경기에 끼어 있는 기분을 준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전부 카메라를 그 높이에 둔 데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