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는 몸이 하나인데 목소리가 둘인 인물이 나온다. 한쪽은 고교생 이즈미 신이치의 것이고, 다른 한쪽은 그의 오른손에 깃든 미기의 것이다. 나는 이 두 번째 목소리 하나만 끝까지 따라가 보기로 하고 전 24화를 다시 봤다. 이 글에는 소제목을 달지 않았다. 목소리 하나를 놓지 않고 따라가는 글이라 중간에 끊을 데가 없다.

기생수 세이의 격률

미기는 감정 없이 합리만으로 판단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이 설정을 목소리로 옮기는 길은 크게 둘뿐이다. 기계처럼 평평하게 읽거나, 사람처럼 읽되 억양이 붙는 자리를 어긋나게 놓거나. 미기를 맡은 히라노 아야는 뒤쪽을 골랐다. 그의 목소리는 무표정하지 않다. 오히려 또렷하고 음정이 고르며 문장을 끝까지 다 발음한다. 다만 강조가 얹히는 자리가 사람의 그것과 다르다. 감정이 실려야 할 낱말을 그냥 지나치고, 조건과 수치를 가리키는 낱말에 힘이 들어간다. 사람의 말투를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사람의 문법으로 다른 것을 계산하고 있다는 인상이 여기서 나온다.

캐스팅 자체도 판단으로 읽힌다. 히라노 아야가 널리 알려진 배역은 스즈미야 하루히나 이즈미 코나타처럼 빠르고 높고 감정이 앞서 나가는 쪽이었다. 그 반대편 끝에 미기를 놓았다. 목소리에 이미 쌓여 있는 인상을 뒤집는 데 쓴 캐스팅이다. 신이치를 맡은 시마자키 노부나가가 회차가 갈수록 발성의 위치를 낮춰 가는 것과 겹쳐 놓으면, 두 배우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설계였다는 것도 보인다.

미기

이 얼굴에는 입이 있지만 표정은 없다. 대사가 표정과 분리된 채 나온다는 조건이 연기의 출발점이다

음향을 다루는 방식도 같은 원칙 위에 있다. 미기의 대사는 신이치의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화면상 발성의 위치가 오른손이므로 관객은 대사를 듣는 동안 얼굴 대신 손을 보게 된다. 보통의 애니메이션에서 대사와 표정은 한 덩어리로 붙어 있고, 연출은 그 덩어리를 어떻게 자르느냐를 고민한다. 이 작품은 그 덩어리가 애초에 분리된 상태에서 시작한다. 말하는 자와 표정 짓는 자가 다르다는 조건 하나가 24화 내내 유지된다. 다른 기생생물들이 사람의 얼굴을 통째로 쓰면서 말할 때 화면이 유독 불편해지는 것도 그 대비 때문이다.

이즈미 신이치

오른손을 화면 안에 어떻게 넣느냐가 매 장면의 구도를 정한다. 손이 곧 두 번째 화자다

회차 부제를 늘어놓으면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가 되고 싶어 했는지가 드러난다. 1화가 「변신」, 5화가 「이방인」, 9화가 「선악의 피안」, 12화가 「마음」, 14화가 「이기적 유전자」, 20화가 「죄와 벌」이다. 스물네 편의 부제가 거의 전부 기존 소설과 논픽션의 제목에서 왔다. 종을 묻는 이야기라는 것을 제목만으로 알리는 방식이고, 실제로 미기가 하는 말은 대부분 사건 해설보다 종에 관한 관찰에 가깝다. 다만 부제가 걸어 놓은 무게와 그 회차 화면의 무게가 늘 맞지는 않는다. 중반에는 부제가 약속한 논의를 화면이 받아 주지 못하고 지나가는 편이 몇 있다.

목소리의 설계와 부제의 설계는 이 작품에서 가장 촘촘한 부분이다. 반대로 걸리는 것은 두 쿨을 고르게 채우지 못한 중반이다. 원작이 완결된 이야기이고 애니메이션도 24화 안에서 끝을 내는데, 끝을 내기 위해 중간을 평탄하게 지나간 구간이 남는다. 매드하우스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만든 분량이고, 그 길이를 다 쓰고도 리듬은 고르지 않다.

주제가의 배치도 적어 둔다. 오프닝은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의 「Let Me Hear」로 굉음에 가깝고, 엔딩은 미우라 다이치의 「IT'S THE RIGHT TIME」으로 조용한 노래다. 한 회차가 정반대의 두 소리 사이에 끼어 있는 셈인데, 이것 역시 목소리가 둘인 몸이라는 구조와 어긋나지 않는다.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얼굴 옆에서 들려오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