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열두 편짜리로 세면 계산이 어긋난다. 한 회차가 통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독립된 토막 두세 개로 잘려 있기 때문이다. 토막 단위로 세면 1기는 서른 개가 넘는 짧은 이야기의 묶음이 된다. 이 형식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적는다.

토막마다 제목이 붙어 있다
각 토막에는 「시노미야 카구야는 ○○하고 싶어」, 「시로가네 미유키는 ○○하고 싶어」 같은 제목이 따로 붙는다. 회차 전체에 붙는 부제와 다르게 토막마다 따로 붙는 부제다. 제목이 인물 이름으로 시작하므로 그 토막의 시점이 누구인지가 시작 3초에 확정된다. 이 작품의 웃음은 두 사람이 서로의 속을 잘못 읽는 데서 나오는데, 시점을 미리 못 박아 두면 관객만 양쪽의 오해를 다 알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 형식이 코미디의 조건을 만든다.
내레이션이 심판 노릇을 한다
토막마다 내레이션이 끼어들어 상황을 정리하고 승패를 선언한다. 이 장치가 없으면 토막이 끝났는지 알 수 없다. 짧은 이야기를 연달아 붙이는 구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끝맺음인데, 이 작품은 그 일을 목소리 하나에 맡겨 해결했다. 스포츠 중계의 문법을 연애물에 옮긴 것이고, 부제에 붙은 「두뇌전」이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고 형식을 그대로 적은 것이다.

토막의 승부를 흔들라고 배치된 인물이다. 승부가 성립하려면 변수를 넣는 인물이 따로 있어야 한다
연출이 토막마다 갈아 끼워진다
감독은 하타케야마 마모루, 제작은 A-1 Pictures다. 토막이 짧으니 한 토막을 통째로 다른 양식으로 처리해도 부담이 없다. 흑백 만화 컷, 극장 무대, 게임 화면, 다큐멘터리 인터뷰가 한 회차 안에서 번갈아 나온다. 12화짜리 작품이 이만큼 양식을 바꾸면 보통 산만해지는데, 토막 사이에 내레이션이라는 마디가 박혀 있어 흐트러지지 않는다. 양식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이유가 형식에 이미 마련돼 있었다.
음악도 같은 판단 위에 있다. 오프닝 「ラブ・ドラマティック」을 스즈키 마사유키가 부른다. 고교생 연애물에 쇼와 가요 창법을 얹은 배치인데, 이것 역시 내레이션과 같은 일을 한다. 작품과 관객 사이에 한 겹을 넣어 이 승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알려 주는 것이다. 엔딩은 halca의 「センチメンタルクライシス」로 정반대의 톤이라 대비가 더 크다.
토막 구조는 원작에서 왔다
원작은 아카사카 아카가 주간 영 점프에 연재한 만화다. 4컷 만화가 아니라 한 회에 한 사건이 끝나는 단편 연재이고, 애니메이션의 토막 하나가 원작의 한 회에 대응한다. 즉 원작 매체의 호흡을 각색이 그대로 옮겨 왔다. 전 12화라는 짧은 편성에서 원작 서른 회 남짓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한 회차에 세 토막을 넣으면 12화로 서른여섯 회를 다룰 수 있다.
대신 잃는 것이 분명하다. 토막이 끝날 때마다 상황이 원위치로 돌아가므로 관계가 쌓이지 않는다. 시리즈 구성을 맡은 나카니시 야스히로가 뒤쪽 회차에 이시가미 유의 분량을 늘려 둔 것은 그 원위치 구조에 예외를 만들려는 시도로 읽힌다.
토막마다 완성도가 크게 갈린다
이 형식은 작품 전체를 한 덩어리로 놓고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잘 굴러가는 토막과 그렇지 않은 토막이 한 회차 안에 섞여 있고, 약한 토막은 3분 만에 지나가므로 전체 인상을 거의 해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셋만 적는다.
- 도시락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토막. 사소한 물건 하나로 승부를 성립시킨다
- 이시가미 유가 처음 끼어드는 토막. 두 사람뿐이던 승부에 세 번째 인물이 들어온다
- 불꽃놀이를 다루는 토막. 승부를 잠시 접고 감정을 꺼내는데, 형식이 그것을 잘 받지 못한다
웃기는 토막과 진지해지는 토막의 완성도가 이만큼 벌어지기 때문에, 전체를 뭉뚱그려 말하면 이 작품이 실제로 잘하는 일이 흐려진다.
예측을 하나 남긴다. 이 형식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토막 구조는 인물이 변하지 않을 때 가장 잘 돌아가는데, 연애물은 결국 인물을 움직여야 한다. 기수가 쌓일수록 토막을 이어 붙여 한 회차를 통으로 쓰는 일이 늘어날 것이고, 그때 이 작품은 지금과 다른 물건이 된다. 나는 그 변화를 보고 싶어서 다음 기수를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