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제로 1기는 「Fate/stay night」의 10년 전을 다루는 전일담이다. 이야기의 시간으로는 이쪽이 먼저지만 만들어진 순서로는 나중이다. 그래서 이 13화를 켜는 사람은 두 종류로 갈리고, 같은 화면을 봐도 다른 것을 본다. 아래를 갈라 쓰는 이유가 그것이다.

페이트/제로

본편을 안 본 사람에게

먼저 안심해도 된다. 이 13화는 앞선 지식 없이도 굴러간다. 일곱 명이 각자 소환한 영령을 데리고 하나의 성배를 두고 싸운다는 규칙을 작중에서 설명하고, 그 규칙만 알면 따라갈 수 있다.

다만 당신이 보는 것은 결말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다.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는 채로 일곱을 지켜보게 되고, 그러면 이 작품은 규칙이 정해진 배틀물로 읽힌다. 그 자체로 잘 만들어져 있다. 각본은 니트로플러스의 우로부치 겐이 썼고, 제작은 ufotable, 감독은 아오키 에이다.

본편을 본 사람에게

당신에게는 이 13화가 결말을 이미 아는 이야기다. 10년 뒤에 무엇이 남는지, 누가 어떤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지를 알고 시작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긴장을 주는 장면이 아는 사람에게는 다른 종류의 무게로 바뀐다.

같은 화면에서 다른 것이 나온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결말을 아는 관객에게는 누가 이기는가가 질문이 아니게 되므로, 남는 질문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가로 옮겨 간다. 이야기의 종류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에미야 키리츠구

전일담에서는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가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조건이 각본에 다른 일을 시킨다

순서를 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드물다

대개 시리즈는 만들어진 순서대로 본다. 1기 다음에 2기가 오고, 그 사이에 고민할 것이 없다. 전일담은 그 관례를 깬다. 이야기의 시간과 제작의 시간이 어긋나 있으므로 어느 쪽을 먼저 볼지가 관객의 선택이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 한 번 이쪽을 먼저 보면 본편을 처음 보는 경험은 영영 사라지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람이 두 판본을 다 겪어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작품에는 정답인 순서가 없고, 있는 것은 무엇을 포기할지에 대한 선택뿐이다.

제작 사정도 그 어긋남 위에 있다. 이 1기는 2011년 4분기에 전 13화로 나갔고 2기가 2012년 2분기에 12화로 붙어 완결되는 분할 2쿨이다. 오프닝 「oath sign」은 LiSA 의 메이저 솔로 데뷔 싱글이고 음악은 카지우라 유키가 맡았다.

11화가 그 차이를 가장 잘 보여 준다

11화 「성배문답」은 세 왕이 술자리에 앉아 문답만 하는 회차다. 싸움이 거의 없고 대화로만 한 화가 간다. 결말이 이미 정해진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편성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로 관객을 붙잡을 필요가 덜하면, 한 회를 통째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게 하는 데 쓸 수 있다.

이 회차가 시리즈 전체에서 자주 회자되는 것도 그래서라고 본다. 배틀물의 한복판에 배틀이 없는 회차를 놓을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원작이 소설이라는 것

이 작품의 원작은 만화가 아니라 우로부치 겐이 쓴 소설이다. 소설에는 인물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적을 수 있지만 화면에는 그 방법이 없다. 일곱 조가 각자의 계산으로 움직이는 이야기에서 그 방법이 사라지면 누가 무엇을 노리는지를 다른 수단으로 알려야 한다. 11화가 대화로 한 회를 채운 것도 그 문제를 정면으로 푼 것에 가깝다.

두 사람에게 다르게 남는 것

  • 본편을 안 본 사람에게. 잘 만든 배틀물이다. 다만 이 13화만으로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2기(2012년 2분기, 12화)까지 가야 완결이다
  • 본편을 본 사람에게. 아는 만큼 더 받는 구조이고, 그 차이가 크다

둘을 섞어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을 켜는 사람은 둘 중 하나이지 가운데가 아니다.


다음 순서도 갈라 적는다. 본편을 안 봤다면 2기로 가서 이 이야기를 끝낸 뒤 본편으로 가라. 본편을 봤다면 2기로 가면 된다. 이미 그 뒤를 알고 있으므로 순서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