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서머타임 렌더가 나왔을 때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작품 자체보다 어디서 보느냐였다. 디즈니플러스 독점 배급이었기 때문이다. 이 조건을 먼저 놓고 25화라는 편성을 보면 셈이 달리 보인다.

서머타임 렌더

독점은 시청 경로를 하나로 좁힌다

지상파 심야 편성이면 방송을 보든 여러 스트리밍 중 하나를 고르든 경로가 여럿이다. 독점 배급은 그 경로를 하나로 만든다. 그 하나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이 작품을 볼 방법이 없다. 보는 사람에게는 불편이고, 만드는 사람에게는 이미 들어온 시청자를 붙잡아 둘 이유가 생긴다.

그 조건에서 완결까지 간 편성

이 작품은 전 25화 2쿨이고, 원작 만화 13권 완결분을 그 안에 다 담았다. 원작은 타나카 야스키가 소년 점프+에 연재해 끝낸 작품이다. 다음 시즌에 이어서 하겠다는 선택지를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즌을 나누면 사이에 몇 해가 비고, 그 사이에 사람이 흩어진다. 경로가 하나뿐인 유통에서 그 위험은 더 크다. 완결까지 한 번에 가는 편성은 이 조건과 맞는 결정으로 읽힌다.

아지로 신페이

죽을 때마다 시간이 되감긴다. 되감기를 보여 주려면 같은 시간대를 두 번 이상 지나야 한다

루프물이라 압축이 어렵다

여기에 소재에서 오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죽을 때마다 시간이 되감기는 이야기다. 되감기를 보여 주려면 같은 시간대를 두 번 이상 지나야 한다. 한 번만 지나가면 되감기로 보이지 않고 그냥 다음 장면이 된다.

그래서 이 소재는 압축에 특히 약하다. 분량을 줄이면 반복이 먼저 잘려 나가고, 반복이 잘리면 루프물이라는 형식 자체가 사라진다. 13권을 25화에 담기로 한 것은 넉넉하게 잡은 편성이라기보다 소재가 요구한 최소치에 가깝다. 되감기 횟수에 제약을 걸어 회차마다 긴장을 유지하는 설계도 같은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푼 것이다.

각본을 한 사람이 다 썼다

25화의 시리즈 구성과 각본을 세코 히로시가 혼자 맡았다. 2쿨짜리에서 각본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것도 흔한 배치는 아니다.

루프물에서는 그 배치가 특히 도움이 된다. 되감기가 반복될수록 몇 번째 되감기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계속 맞춰야 하고, 그 대조표를 여러 사람이 나눠 들면 어긋나기 쉽다. 한 사람이 25화를 다 들고 가면 적어도 그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앞의 이야기와 이어 보면 이렇게 정리된다. 경로가 하나인 유통, 완결까지 가는 편성, 각본 한 사람. 셋 다 시청자와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결정이다.

부제가 인사말로 열고 닫는다

1화 부제가 「안녕, 여름날」이고 25화 부제가 「다녀왔습니다」다. 작별 인사로 열어서 귀가 인사로 닫는다. 24화 「서머타임 리렌더」가 작품 제목을 한 번 비틀어 놓은 것까지 포함해, 부제가 처음과 끝을 맞춰 놓은 편성이다. 완결까지 가기로 정해 두지 않으면 마지막 부제를 이렇게 붙일 수 없다.

무대가 실재하는 섬이다

작중 무대 히토가시마는 와카야마시 앞바다의 토모가시마를 모델로 삼았다. 섬 하나에서 이야기가 거의 다 벌어지는 구성이라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다시 그려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에서 적은 되감기 조건과 겹치는 부담이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지나야 하는데 그곳이 실재하는 섬이면 매번 같게 그려야 한다.

지금 뒤늦게 켜는 사람에게 남는 문제

남는 문제는 진입에 있다. 경로가 하나였던 탓에 방영 당시에 못 본 사람이 많고, 지금 뒤늦게 켜는 사람에게는 25화라는 길이가 먼저 보인다. 작품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 길이가 실제로 문턱이 된다. 제작은 OLM, 감독은 와타나베 아유무, 각본은 세코 히로시가 혼자 맡았다.


지금 보는 사람에게는 독점이라는 조건이 남아 있지 않다. 남은 것은 25화라는 길이뿐이고, 그것은 앞에서 적은 대로 소재가 요구한 값이다. 무대인 히토가시마의 모델이 와카야마 앞바다의 토모가시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