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후드가 여러 목록의 맨 위에 놓이는 것에는 붙일 말이 없다. 다만 그 말 뒤에 따라오는 문장 하나는 사실관계가 어긋나 있다. 2003년판은 원작을 훼손했으니 볼 것이 없다는 문장이다. 훼손이라는 말은 다른 길이 있었는데 굳이 그 길을 갔다는 뜻이다. 두 판본이 만들어진 시점을 연도순으로 늘어놓으면 그 전제가 서지 않는다.

강철의 연금술사 BROTHERHOOD

2001년, 연재가 시작된다

아라카와 히로무의 원작은 2001년 월간 소년 간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0년에 끝난다. 월간지다. 한 해에 쌓이는 분량이 주간 연재의 사분의 일 남짓이다. 이 속도가 뒤에 오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

2003년, 첫 애니메이션이 원작을 앞지른다

본즈가 만든 첫 TV 시리즈는 2003년 10월 4일에 시작해 2004년 10월 2일에 끝난다. 전 51화, 감독은 미즈시마 세이지다. 방영이 시작될 때 원작은 연재 3년째였다. 월간 연재 3년치로 51화를 채울 방법은 없다.

애니메이션이 원작을 앞지르는 순간 선택지는 셋뿐이다. 오리지널로 가거나, 있는 분량을 늘려 끌거나, 방영을 멈추거나. 2003년판은 첫 번째를 골랐고 후반부가 원작과 갈라졌다. 2005년 극장판 「샴발라를 정복하는 자」가 그 갈라진 쪽의 결말을 맡는다. 이것은 원작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 아직 나오지 않은 뒷이야기를 대신 지어낸 것이다.

그 조건이 만들어 낸 것도 있다. 51화는 64화보다 짧은데 원작 진도는 훨씬 덜 나간다. 같은 앞부분에 시간을 훨씬 많이 쓴다는 뜻이다. 형제가 무엇을 했고 그 대가로 무엇을 잃었는지가 화면에 더 오래 남고, 톤도 그만큼 무겁다. 브라더후드에서 몇 분이면 지나가는 대목이 그쪽에서는 한 회차를 차지한다. 어느 쪽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원작이라도 분량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관객에게 남는 것이 달라진다.

에드워드 엘릭

같은 인물이 두 판본에서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해석 차이 이전에 편성 차이다

2009년, 결말을 아는 팀이 다시 만든다

브라더후드는 2009년 4월에 시작해 2010년 7월에 끝난다. 전 64화. 본즈가 6년 만에 같은 원작을 다시 만든 것인데, 한 스튜디오가 같은 만화를 두 번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일 자체가 드물다. 감독 이리에 야스히로, 시리즈 구성 오노기 히로시, 캐릭터 디자인 칸노 히로키, 음악 센주 아키라. 진용이 통째로 바뀌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연출력보다 정보에서 왔다. 이번에는 원작의 남은 분량과 끝을 알고 64화를 배분할 수 있었다. 브라더후드를 칭찬할 때는 복선이 하나도 새지 않는다거나 조연이 각자 몫을 하고 퇴장한다는 말이 늘 따라붙는데, 그 말은 앞부분을 놓을 때 뒷부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조건에서 나온다. 12화 부제가 「하나는 전체, 전체는 하나」다. 이 작품은 자기 구성 원리를 회차 제목에 적어 두었다.

값도 치렀다. 2003년판이 이미 다룬 앞부분을 다시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초반 십여 화가 빠르다. 5화 「슬픔의 비」나 8화 「제5연구소」처럼 앞선 판본이 오래 머물던 대목을 요약하듯 지나간다. 이미 아는 사람을 기준으로 편집한 구간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인물이 감정을 쌓을 시간이 부족하다.

2010년, 원작과 애니가 같은 해에 끝난다

원작 연재가 2010년에 끝나고 브라더후드도 2010년 7월에 끝난다. 두 매체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편성표가 이 정도로 맞아떨어진 예는 흔하지 않고, 맞아떨어지도록 짠 것이라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정리하면 두 판본을 가른 것은 실력보다 시간표다. 2003년판은 원작이 없는 상태에서 51화를 채워야 했고, 브라더후드는 원작이 끝나 가는 상태에서 64화를 배분했다. 만든 곳은 같은 스튜디오다.


처음이라면 브라더후드부터 보는 편이 낫다. 순서를 뒤집으면 2003년판 후반이 틀린 답처럼 읽히는데, 그것은 그 판본의 잘못이라기보다 보는 순서 때문에 생기는 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