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대신 숫자로 적는다. 이 작품을 두고 오가는 말은 대개 분위기에 관한 것인데 분위기는 검증도 반박도 되지 않는다. 세어 볼 수 있는 것만 세어 봤다.

숫자 하나: 13화에 연주는 두 번
1기는 본편 12화에 번외 1화를 더해 13화다. 이 가운데 밴드가 관객 앞에서 곡을 끝까지 연주하는 회차는 6화 「학원제!」와 12화 「경음!」 둘뿐이다. 8화 부제가 「신입생 환영!」인데 이 회차의 무대는 끝내 성립하지 않는다. 나머지 열 편에서 부실을 채우는 것은 다과와 잡담이다. 음악부를 다루는 작품에서 연주 회차의 비율이 13분의 2다.
결함으로 몰려는 게 아니다. 이 작품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가 이 숫자에 다 들어 있다는 말이다. 부제를 늘어놓으면 더 분명해진다. 폐부, 악기, 특훈, 합숙, 고문, 학원제, 크리스마스, 신입생 환영, 신입 부원, 또 합숙, 위기, 경음. 열두 개 중 대부분은 밴드가 하는 일보다 동아리가 하는 일을 가리킨다.
숫자 둘: 원작 한 편은 네 컷이다
원작은 카키후라이가 망가타임 키라라에 연재한 4컷 만화다. 4컷 만화의 단위는 기승전결 하나이고 그 하나가 30초 남짓에 끝난다. 이 구조를 24분짜리 회차로 옮기면 짧은 완결이 회차마다 스무 개 넘게 이어 붙는 형태가 된다. 실제로 이 작품은 장면 전환이 잦고, 한 장면이 다음 장면에 원인을 넘겨주는 일이 드물다. 무엇이 벌어져서 다음 일이 벌어지는 구조가 아니고, 그냥 다음 일이 벌어진다.
시리즈 구성은 요시다 레이코다. 요시다는 이 뒤에 같은 감독과 『목소리의 형태』(2016)를 한다. 두 작품의 구성 원리가 정반대라는 점은 짚어 둘 만하다. 한쪽은 원인과 결과를 130분에 걸쳐 잇고 다른 쪽은 잇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케이온!』에서 이야기가 쌓이지 않는 것은 각색의 실패라기보다 원작 매체의 문법을 그대로 옮긴 결과다.

밴드의 음악을 실제로 떠받치는 인물인데, 그 사실이 드러나는 회차는 손에 꼽힌다
숫자 둘의 부록: 같은 곡을 두 번 연주한다
연주가 두 번뿐인데 그 두 번이 같은 곡이다. 6화와 12화에서 무대에 오르는 곡은 모두 「후와후와 타임」이다. 1기 전체를 통틀어 밴드가 관객 앞에서 완주하는 곡이 한 곡이라는 뜻이다. 음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에서 이 숫자는 이례적으로 작다. 이 작품이 실제로 다루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하겠다고 모인 시간이다. 오프닝 「Cagayake!GIRLS」와 엔딩 「Don't say "lazy"」를 인물의 성우들이 직접 부르는 배치도 같은 방향이다. 무대 위의 연주는 아껴 두고 노래는 바깥에 두었다.
숫자 셋: 감독의 첫 TV 시리즈
감독 야마다 나오코에게 이 작품은 첫 TV 시리즈 연출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호리구치 유키코, 음악은 햣코쿠 하지메, 제작은 쿄토 애니메이션이다. 화면에서 되풀이되는 것은 인물의 손과 발, 그리고 사물의 클로즈업이다. 기타 줄을 누르는 손가락, 찻잔을 드는 손, 책상 밑에서 흔들리는 발. 이야기가 쌓이지 않는 구조에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리는 일을 이 컷들이 대신 떠맡는다. 그렇게 비는 부분을 감독 개인의 습관이 메운 셈이다.
숫자로 세어지지 않는 부분
앞을 숫자로 채웠으니 마지막은 말로 적는다. 이 작품은 스스로 하겠다고 정한 일을 정확히 해냈고, 그 일의 범위가 좁다. 좁은 일을 잘한 것과 넓은 일을 잘한 것에 같은 값을 매기지 않는 것이 내 기준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좋은 작품으로는 부르되 뛰어난 작품으로는 부르지 않는다. 13화를 다 보고 남는 것이 인물의 얼굴보다 부실의 공기라는 점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2기에는 3학년 진급과 졸업이 들어간다. 시간이 실제로 흐르는 구조가 들어오면 위에 센 숫자들은 달라질 것이다. 2기를 다 본 뒤에 이 글을 다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