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만 붙잡는다. 이 영화는 왜 81분인가.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81분은 짧은 편이다. 나는 이 길이가 돈을 아끼려다 나온 결과라기보다 편집이 요구한 조건이었다고 본다.

퍼펙트 블루

사실 몇 가지를 먼저 놓는다

1998년 2월 28일 개봉, 러닝타임 81분, 곤 사토시의 장편 데뷔작이다. 각본은 무라이 사다유키, 원작은 다케우치 요시카즈의 소설, 제작은 매드하우스, 음악은 이쿠미 마사히로다. 애초에 오리지널 비디오로 기획됐다가 극장 개봉으로 방향이 바뀐 작품이다. 이 81분은 극장용으로 넉넉히 잡은 시간이 아니라 짧게 잡힌 기획이 그대로 극장에 올라간 결과다. 조건이 먼저 있었고 연출이 그 조건을 이용했다.

관객이 방향을 잃도록 짜인 편집이기 때문이다

곤 사토시의 서명은 컷 연결이다. 앞 컷의 동작이나 구도를 뒤 컷이 이어받으면서 장소와 시간이 바뀐다. 인물이 문을 열면 다른 날의 다른 방이고, 돌아보면 다른 장소다. 이 연결은 관객이 지금이 언제인지를 계속 놓치게 만든다. 주인공 키리고에 미마가 겪는 혼란을 설명하는 대신 관객에게 같은 상태를 겪게 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방법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점이다. 관객은 학습한다. 같은 수법이 되풀이되면 이번에도 컷이 넘어간 것이겠거니 하고 방향을 되찾고, 그 순간 이 영화의 유일한 무기가 사라진다. 81분은 그 학습이 끝나기 직전에 영화가 닫히도록 잡힌 길이다. 100분이었다면 후반의 관객은 편집을 앞질렀을 것이다.

키리고에 미마

이 인물이 방향을 잃는 속도와 관객이 방향을 잃는 속도가 같도록 맞춰져 있다

소리도 같은 일을 한다

이쿠미 마사히로의 음악은 곡이라기보다 지속음과 타격음에 가깝다. 화면이 바뀔 때 소리가 함께 끊기지 않고 앞 장면의 소리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오는 구간이 여러 번 있다. 그러면 눈은 새 장면에 있는데 귀는 앞 장면에 남는다. 편집이 만든 혼란을 음향이 한 겹 더 두껍게 만드는 셈이다. 주연 이와오 준코의 목소리는 그 소란 속에서 유일하게 일정한 기준점 노릇을 한다. 연기가 흔들리면 이 구조는 무너진다.

같은 편집을 더 긴 러닝타임에 놓으면

가설을 검증할 방법이 있다. 같은 감독이 만든 뒤 작품들을 같은 자로 재 보면 된다. 곤 사토시는 이후 『천년여우』(2001)와 『파프리카』(2006)를 만들었고 TV 시리즈 『망상대리인』(2004)도 남겼다. 『파프리카』는 90분인데 편집의 밀도가 더 높은 대신 관객이 방향을 잃는 정도는 오히려 덜하다. 꿈이라는 설정을 먼저 밝히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규칙을 알려 준 상태에서 하는 편집은 관객을 속이지 못한다. 『퍼펙트 블루』가 지금도 불편하게 보이는 이유는 이 영화만 규칙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서다.

화면의 물성도 이 효과에 한몫한다. 1998년작이고 셀 작업이 남아 있던 시기의 그림이라 배경의 질감이 인물보다 무겁다. 도쿄의 좁은 길, 형광등, 전철, 원룸의 살림이 사진에 가까운 밀도로 그려져 있고 인물은 그보다 단순한 선으로 얹혀 있다. 현실이 인물보다 또렷한 화면이라는 뜻이고, 인물이 현실에서 미끄러지는 이야기에 이 배분은 정확하다.

81분이 인물에게서 가져간 것

아쉬운 것은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인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미마 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기능이다. 매니저 히다카 루미와 팬 우치다는 각자 맡은 역할을 할 뿐 그 이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81분이 편집에는 유리했던 만큼 인물에는 불리했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같은 결정에서 함께 나온다. 이 영화는 빈틈이 없는 작품이라기보다 필요한 것을 정확히 계산해 둔 작품이다.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2000년 『레퀴엠 포 어 드림』에서 이 영화의 욕조 장면을 구도까지 그대로 옮겼다. 실사 영화가 애니메이션의 컷을 인용한 드문 사례다. 애니메이션이 실사에 빌려주는 것은 대개 소재인데 이 영화가 빌려준 것은 편집이었다. 81분짜리 데뷔작이 남긴 것치고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