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잣대를 정해 둔다. 개그 애니메이션에서 웃음을 만드는 것은 대사의 내용보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간격이다. 만화는 그 간격을 칸으로, 소설은 행갈이로 만들고 독자가 알아서 조절한다. 영상은 초 단위로 고정해야 한다. 그래서 개그물의 승부는 대본이 아니라 편집과 연기에서 난다. 이 잣대로 열 편을 잰다.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첫 번째 잣대는 간격이다

이 작품은 받아치는 대사를 앞 대사의 꼬리에 거의 붙여 놓는다. 한 장면이 진행되는 동안 그 간격이 조금씩 더 짧아지고, 마지막에는 서로 말을 겹쳐 놓는 지점까지 간다. 그러다 한 박자를 통째로 비운다. 웃음은 대개 그 빈 박자에서 터진다. 대사를 읽어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데 화면에서 보면 웃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그의 재료가 문장이 아닌 시간이라는 뜻이다.

시리즈 구성은 우에즈 마코토다. 암살교실 1·2기와 카타나가타리의 시리즈 구성을 맡았던 각본가이고, 셋 다 진지한 장면과 농담이 같은 대사 안에서 순서를 바꾸는 작품들이다. 감독은 카나사키 타카오미, 제작은 스튜디오 딘이다.

두 번째 잣대는 받아치는 사람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의 개그물은 웃기는 쪽과 지적하는 쪽의 역할이 고정된다. 이 작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넷이 돌아가며 서로를 받아치고, 한 장면 안에서도 그 역할이 두세 번 바뀐다. 누가 사고를 치고 누가 수습하는지가 매번 달라지므로 같은 구조가 열 편 내내 반복돼도 조합이 새로 만들어진다.

여기가 이 작품이 장르 관습을 뒤집은 지점이기도 하다. 전사·마법사·사제로 짜인 네 명 파티는 판타지의 표준 배치다. 원래 이 배치는 역할 분담을 위한 것인데, 이 작품은 같은 배치를 농담을 주고받는 순번표로 바꿔 썼다. 이세계물이 쏟아지던 시기에 나온 작품이고 실제로 그 유행과 같이 묶여 평가받았지만, 표준 배치를 가져다 쓴 방식은 같은 시기의 작품들과 반대였다.

아쿠아

사고를 치는 역할에 가장 자주 놓이는 인물. 이 작품에서 수습하는 쪽은 매번 바뀐다

세 번째 잣대는 화면이다

세 번째 잣대에서 이 작품은 약하다. 인물의 비례가 흔들리는 컷이 눈에 띄게 많고, 표정이 무너지는 것을 개그로 쓴 컷과 그냥 관리가 안 된 컷을 구분하기 어렵다. 앞의 두 잣대가 시간을 다루는 솜씨에 관한 것이라면 이 잣대는 물량에 관한 것이고, 이 작품에는 물량이 없다.

편성도 짚어 둔다. 2016년 1분기 방영인데 전 10화다. 1쿨 표준인 12화에서 두 편이 빠져 있다. 그만큼 한 마디가 끝나는 속도가 급하고, 마지막 두 편은 앞의 여덟 편이 쌓아 둔 리듬을 충분히 쓰지 못한 채 닫힌다.

원작은 아카츠키 나츠메가 웹에 연재하다 스니커 문고에서 서적화한 라이트노벨이다. 한 회 분량이 짧게 끊기는 웹 연재의 호흡은 이 작품의 대사 구조와 잘 맞는다. 뒤이어 2기(2017), 극장판(2019), 3기(2024)까지 편성이 이어진 것도 한 장면 안에서 승부를 보는 구조가 화수와 상관없이 굴러가기 때문으로 본다.

인물 설계가 곧 반복 장치다

메구밍은 하루 한 번만 쓸 수 있는 폭렬 마법에 모든 것을 걸었고, 다크니스는 공격이 상대에게 닿지 않는 크루세이더이며, 아쿠아는 쓸모 있는 순간이 드문 자칭 최고신이다. 셋 다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결함 하나를 열 편 내내 반복한다. 틀을 고정해 놓고 상황이라는 낱말만 갈아 끼우는 구조이고, 이 작품이 농담을 만드는 방식과 정확히 같다. 인물이 성장하면 이 장치가 망가지므로 이 작품은 성장을 거의 넣지 않는다. 판타지의 옷을 입고 있지만 실제 형식은 상황 코미디에 가깝다.

메구밍

한 가지 기술만 반복하는 인물 설정 자체가 같은 틀에 다른 낱말을 끼우는 구조다

연기

후쿠시마 준, 아마미야 소라, 타카하시 리에, 카야노 아이가 네 배역을 맡았다. 엔딩 「작은 모험자」는 이 가운데 셋이 배역 명의 그대로 불렀다. 노래까지 인물의 목소리로 끌고 간 것인데, 대사의 간격이 승부처인 작품에서 이 배치는 장식이 아니다. 같은 대본을 다른 배우가 읽으면 절반도 웃기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잣대에서 말한 그 짧아지는 간격은 각본에 적히지 않고 녹음실에서 만들어진다.


흠은 셋이다. 화면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열 편이라는 편성이 짧고, 이야기의 뼈대 자체는 판타지의 표준을 거의 그대로 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남는 이유는 대사 사이의 간격 하나로 열 편을 끌고 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