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분짜리 영화에서 한 구간만 본다. 두 사람이 서로의 몸으로 지낸 나날을 「전전전세」 한 곡 위에 접어 넣는 시퀀스다. 이 영화가 가장 잘하는 것과 끝내 하지 못한 것이 그 안에 나란히 있다.

너의 이름은.

이 몇 분이 처리하는 정보의 양

여기서 관객이 받아야 할 정보는 적지 않다. 두 사람이 서로의 몸에 적응한다는 것, 규칙을 정하고 메모를 남긴다는 것, 상대의 생활을 망치기도 하고 대신 정리해 주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왕복이 꽤 오래 이어졌다는 것. 보통의 각본이라면 여러 장면과 여러 날치의 대사를 쓴다. 이 영화는 대사를 거의 쓰지 않는다. 컷을 나열하고 그 위에 노래를 얹는다.

이것은 뮤직비디오의 문법이다. 신카이 마코토가 그 문법으로 출발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상할 것이 없다. 「초속 5센티미터」의 마지막 장은 사실상 한 곡 위에 얹힌 몽타주이고, 46분짜리 「언어의 정원」도 같은 압축을 쓴다. 달라진 것은 규모다. 이번에는 그 방식이 106분짜리 상업 장편의 한복판에 놓였고, RADWIMPS는 주제가를 여러 곡 써서 극중가로 들여보냈다. 감독이 각본까지 직접 쓴 오리지널 기획이라 이 배치를 말릴 사람도 없었다.

몽타주가 굴러가려면 컷 하나가 정확해야 한다

빠른 편집은 아무 그림에나 붙지 않는다. 컷이 짧을수록 그 안의 정보는 한 번에 읽혀야 하고, 인물은 동작 하나로 지금의 상태를 말해야 한다. 이 영화의 작화감독이 안도 마사시라는 사실이 여기서 결정적이다. 1990년 스튜디오 지브리에 들어가 「원령공주」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작화감독을 맡았던 사람이다.

코믹스 웨이브 필름의 배경은 원래부터 밀도가 높았다. 문제는 그 배경 앞에 선 인물이 늘 배경보다 헐거웠다는 데 있었다. 몽타주는 그 헐거움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형식이다. 이 시퀀스가 무너지지 않고 굴러간다는 것 자체가 신카이의 화면에서 오래 약점이던 부분이 메워졌다는 증거다.

타치바나 타키

짧은 컷 안에서 표정 하나로 상황을 넘겨야 하는 장면이 이 구간에 반복해서 나온다

문제는 이 방식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얹어 시간을 접는 기술은 접어도 되는 구간에서 강력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접으면 안 되는 구간에도 같은 기술을 쓴다. 인물이 무엇을 알게 되고 무엇을 결심하는지, 그 판단의 계단이 화면에 남아야 하는 장면에서도 노래가 먼저 들어오고 컷이 짧아진다. 결과적으로 장면은 선명한데 인물이 내린 결정은 흐릿하다.

감정의 곡선은 정확하게 설계돼 있고, 그 곡선을 따라가는 동안 관객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일본 흥행 250.3억 엔, 세계 약 3.8억 달러, 한국 관객 380만 명이라는 수치는 이 영화가 관객을 정확히 계산해 냈다는 뜻이다. 계산의 정확도와 작품의 높이는 다른 말이다.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상도 이야기보다 이 편집의 정교함에 붙은 상이라고 본다.

같은 감독의 영화들을 한 줄에 세우면

최고작 논쟁은 대개 흥행 순으로 정리된다. 내 기준으로 세우면 순서가 이렇게 된다.

  • 초속 5센티미터. 요약하는 방식 자체가 곧 주제다. 대신 관객을 배웅해 주지 않는다
  • 언어의 정원. 46분이라는 길이와 압축의 밀도가 정확히 맞물린다
  • 날씨의 아이. 인물이 직접 고른다. 그래서 몽타주가 덜 필요했다
  • 너의 이름은. 기술은 최고치인데, 그 기술이 각본을 대신해 버린 구간이 있다

맨 아래에 놓았다고 해서 낮게 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영화가 가장 잘한 일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야기를 접는 일이었다는 판단이 이 순서에 들어 있다.


확인해 볼 방법이 하나 있다. 그 구간의 소리를 끄고 다시 보는 것이다. 노래를 지우면 컷의 나열만 남는다. 그 나열이 며칠치의 시간과 감정을 혼자 실어 나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때 정확히 보인다. 같은 방법으로 후반의 몇 장면을 다시 보면 이번에는 반대의 것이 보인다. 소리를 끄는 순간 무엇이 남는지를 세어 보면, 이 영화가 어디까지 만들어졌고 어디부터 접혔는지가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