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대개 12화라는 화수가 먼저 나온다. 나는 다른 조건을 먼저 놓고 싶다. 원작의 잔혹 묘사가 TV 방영판에서 상당 부분 규제 처리됐다는 조건이다. 이 제약 하나를 기준으로 놓으면 이 애니메이션이 내린 판단의 대부분이 한 줄로 꿰인다.

먼저, 이 원작에서 잔혹 묘사가 무엇이었나
이시다 스이가 주간 영 점프에 연재한 만화에서 먹는 행위는 장식이 아니다. 인간을 먹어야만 사는 존재를 다루는 이야기이고, 그 행위의 구체성이 인물의 자기혐오를 만든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왜 견딜 수 없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원작에서 잔혹 묘사는 수위의 문제가 아니라 동기의 문제였다.
2014년 7월부터 9월까지, 스튜디오 피에로가 심야 편성으로 전 12화를 내보냈다. 그 칸 안에서 방금 말한 것의 상당 부분을 화면에 올릴 수 없었다. 동기를 만드는 장면을 못 쓰게 된 각색은 동기를 다른 데서 조달해야 한다.
소리로 대신했다
이 작품이 고른 첫 번째 대체물은 음향이다. 보여주지 못하는 순간에 화면을 비우거나 시선을 돌리고, 소리를 먼저 끊었다가 붙인다. 음악은 야마다 유타카가 맡았다. 만화에는 소리가 없다. 규제가 막아 세운 영역에서 애니메이션이 원작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밀려난 셈인데, 이 대체는 실제로 성공한다. 1기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장면들은 대개 보여주지 않는 장면들이다.
부제로 대신했다
12화의 부제를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이렇다. 비극, 부화, 흰 비둘기, 만찬, 잔흔, 소나기, 유폐, 원환, 새장, 아오기리, 충천, 구울. 悲劇 孵化 白鳩 晩餐 残痕 驟雨 幽囚 円環 鳥籠 青桐 衝天 喰種. 예외 없이 한자 두 글자다.
이렇게 짜면 회차 하나가 사건이 아닌 상태를 가리키게 된다. 진행을 포기하고 상태의 갱신으로 이야기를 밀겠다는 선언이고, 못 보여주는 것이 많은 각색이 택할 만한 방식이기도 하다. 문제는 상태의 나열이 그 상태에 이른 경로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애니메이션만 본 사람에게 주인공이 자주 갑자기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리즈 구성 미카사노 츄지가 게을렀다기보다, 경로를 그릴 재료가 이미 빠져 있었다.

널리 알려진 이 얼굴은 하나의 상태다. 이 상태에 닿기까지의 경로가 12화 안에 다 들어가지 못했다
색으로 대신했다
화면 전체의 채도를 낮추는 선택도 같은 계산에서 나온다. 붉은 것을 붉게 못 그리면 화면 전체를 어둡게 만들어 온도를 맞추는 수밖에 없다. 이 판단은 절반만 성공한다. 분위기는 확실히 붙었지만, 어두운 화면이 12화 내내 균질하게 이어지면 어느 회차가 더 심각한 회차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강약을 만들 도구를 스스로 하나 줄인 것이다.
감독의 이력이 여기에 겹친다
감독 모리타 슈헤이는 3DCG 쪽에서 출발한 사람이다. 2005년 단편 「카쿠렌보」로 이름을 알렸고, 옴니버스 「SHORT PEACE」에 넣은 단편 「츠쿠모(九十九)」로 제86회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다. 단편에서 훈련된 감각은 한 덩어리를 짧게 완결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 회차 단위의 완결성으로는 잘 작동하고, 12화를 관통하는 곡선으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부제가 상태의 나열인 것과 인선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값은 2기가 치렀다
1기에서 깔지 못한 인물들은 원작에서 뒤로 갈수록 무게가 커지는 인물들이다. 깔아 두지 않았으니 나중에 쓸 수가 없고, 그래서 2기 「√A」는 원작과 다른 오리지널 전개로 갔다. 원작은 속편까지 합쳐 누적 4,700만 부를 넘긴 작품이다. 규제와 12화가 함께 만든 손실을 회수할 길이 1기 안에는 없었다.
음향과 미술만 떼어 놓으면 이 시즌은 높이 살 만하다. 다만 각색이 원작의 인과를 옮기지 못한 손해가 그 위를 덮는다.
이 작품을 무엇으로 기억할 것인가. 나는 오프닝 한 곡이라고 답한다. TK from 凛として時雨가 부른 「unravel」은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았고, 지금도 본편보다 자주 재생된다. 다섯 시간에 가까운 본편이 못 한 요약을 한 곡이 해냈다는 뜻이다. 그것이 칭찬인지 아닌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