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58분이다. 장편이라 부르기에는 짧고 단편이라 하기에는 길다. 그런데 극장에 걸렸고 일본 흥행 수입 20억 엔을 넘겼다. 이 글은 질문 하나에만 답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가. 내 답은 규모를 줄인 것이 결과가 아니라 처음에 정한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룩백

원화가가 여덟 명이다

이 작품의 작화는 원화가 여덟 명이 전편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보통 장편 애니메이션의 원화 크레딧에는 수십 명이 올라간다. 여덟이라는 숫자는 그 자릿수가 다르다.

사람이 적으면 그림의 결이 갈릴 일이 줄어든다. 대신 한 사람이 감당하는 양이 늘어난다. 그 양을 감당할 수 있는 길이가 얼마인가를 먼저 계산하면 58분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길이를 정하고 인원을 맞춘 것이 아니고, 인원에 맞춰 길이를 정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개봉도 작게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소규모 상영관 개봉으로 시작해 입소문으로 장기 상영에 들어갔다. 한국은 2024년 9월 5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이었다. 처음부터 넓게 걸지 않았다는 뜻이다. 58분짜리를 전국 대형 개봉으로 밀면 회차당 수익이 맞지 않는다. 상영관에서는 같은 시간에 두 편을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작게 걸고 오래 두는 편성은 그 셈을 뒤집는다. 관 수를 줄이는 대신 기간을 늘리면 짧은 러닝타임이 오히려 회전에 유리해진다. 20억 엔이라는 숫자는 그 뒤에 나온 것이다.

후지노

작게 만들기로 정하면 길이도 개봉 규모도 그 결정을 따라간다

감독 한 사람이 여섯 자리를 맡았다

규모 이야기는 여기서 한 번 더 나온다. 오시야마 키요타카의 이름이 감독·각본·그림 콘티·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원화 여섯 자리에 올라 있다. 장편에서 한 사람이 이만큼 겸하는 경우는 드물다.

앞에서 적은 여덟이라는 숫자와 같은 이야기다. 사람을 줄이면 자리를 나눌 수가 없고, 그러면 한 사람이 여러 자리를 겸하게 된다. 겸한다는 것은 그 사람 머릿속에서 결정이 한 번에 이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의를 거쳐 맞추는 대신 한 사람이 정하는 방식은 규모가 작을 때만 가능하다.

배역도 같은 방향이다

주연 두 사람, 카와이 유미와 요시다 미즈키는 이 작품이 첫 애니메이션 성우 연기였다. 경력이 쌓인 성우를 앉히는 대신 처음 하는 사람을 썼다. 앞의 두 결정과 방향이 같다. 큰 이름을 붙여 규모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은 크게 받았다

여기서 방향이 한 번 갈린다. 제48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작품상을 받았고, 2024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었으며, 제9회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드(2025)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다. 규모를 줄여 만든 작품이 규모와 무관한 자리에서 이겼다.

원작은 후지모토 타츠키가 2021년 「소년 점프+」에 낸 단편 만화다. 감독은 오시야마 키요타카이고 같은 작가의 「체인소 맨」 TV판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사람이다. 제작은 스튜디오 두리안, 일본 개봉은 2024년 6월 28일이다. 음악과 주제가는 nakamura haruka 가 맡았고 부른 사람은 urara 다. 미술감독은 세 사람(하리사키 요시히토·오모리 타카시·사메시마 키요시)이다. 원화를 여덟으로 줄인 작품에서 미술에는 사람을 더 놓았다는 점도 함께 볼 만하다.

58분을 보는 쪽에서 보면

아쉬운 것은 앞에서 적은 조건의 뒷면이다. 58분은 만드는 사람에게 맞춘 길이이지 보는 사람에게 맞춘 길이가 아니다. 극장에서 58분은 짧고, 표값은 두 시간짜리와 같다. 작품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관객이 치르는 값은 길이로 나뉘지 않는다. 원작이 단편이라는 것을 모르고 들어간 사람에게는 그 차이가 먼저 보일 것이다.


권하는 경우부터 적는다. 적은 사람이 만든 화면이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은 분, 한 시간 안에 끝나는 극장판을 찾는 분에게 권한다. 권하지 않는 경우는 이렇다. 극장에서 두 시간짜리의 밀도를 기대하는 분, 인물이 여럿 나오는 이야기를 원하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