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를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을 봤다. 이 글은 두 판본을 항목별로 나란히 놓는다. 각색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만화의 칸을 영상의 컷으로 바꿀 때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로 생기는지를 세어 보려는 것이다. 1화에서 벌어지는 일은 적지 않는다.

만화는 칸으로 시간을 잰다
만화에서 시간을 만드는 것은 칸이 아니라 칸과 칸 사이의 빈 공간이다. 독자는 그 여백에서 스스로 속도를 정한다. 요코야리 멩고의 그림은 눈동자와 머리카락에 선을 많이 쓰기 때문에 한 칸이 독자를 오래 붙든다. 아카사카 아카의 글은 그 위에 정보를 촘촘히 얹는다. 영상은 이 권한을 관객에게 넘겨줄 수 없다. 정해진 초 수만큼만 보여 주고 다음으로 간다.
애니메이션은 그 빈 공간을 액자로 메웠다
동화공방이 고른 해법은 화면 안에 또 하나의 화면을 계속 세워 두는 것이다. 무대, 객석, 촬영 카메라, 모니터, 관객석의 조명이 프레임 안에 액자를 만든다. 만화가 칸으로 하던 일을 애니메이션은 매체의 액자로 대신한다. 3화는 만화 원작 드라마의 촬영장을, 4화는 배우의 현장을, 5화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한 회차의 무대로 통째로 가져다 쓴다. 회차마다 다른 매체의 형식을 빌려 와 그 규칙을 자기 구조로 삼는 셈이다. 감독은 히라마키 다이스케, 캐릭터 디자인은 히라야마 칸나가 맡았다.
원작이 세로로 넘기는 웹 만화가 아닌 잡지 연재 만화라는 점도 여기에 걸린다. 한 페이지 안에서 칸이 동시에 보이므로 독자는 다음 칸을 곁눈으로 이미 보고 있다. 영상은 다음 컷을 미리 보여 줄 수 없다. 애니메이션이 액자를 겹쳐 놓는 것은 한 화면 안에 두 개의 정보를 동시에 세워 두기 위한 대체 수단이다.

무대 위와 무대 밖의 표정이 다르게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 얼굴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중이다
소리는 만화에 없던 층위다
여기서 애니메이션이 원작을 앞선다. 만화는 "이 사람은 인기가 많다"를 설명하거나 주변 인물의 반응으로 증명해야 한다. 영상은 노래와 목소리를 그냥 들려주면 된다. 오프닝을 맡은 YOASOBI의 「아이돌」은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 1위에 올랐다. 작품 안에서 주장하던 명제를 작품 바깥의 차트가 대신 증명한 셈이다. 엔딩 「메피스토」를 여왕벌에게 맡겨 톤을 반대쪽으로 꺾어 놓은 배치도 같은 계산으로 본다. 한 회차가 밝게 열리고 서늘하게 닫힌다.
시리즈 구성이 누구였는지가 화면에 남아 있다
시리즈 구성은 타나카 진이다. 유루캠△의 시리즈 구성을 맡았던 사람이다. 사건이 없는 일상물에서 절차를 서사로 바꾸는 일을 하던 각본가가 연예계 서스펜스로 왔다. 결과는 짐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왔다. 이 시즌은 폭로나 반전보다 오디션장, 대본 리딩, 촬영 스케줄, 계약 조건 같은 일의 절차를 훨씬 촘촘하게 그린다. 연예계를 무대로 쓰면서도 화면의 대부분이 노동 장면이다.
90분짜리 1화는 각색보다 편성의 결정이다
1화만 90분 특별 편성으로 만들어 극장 선행 상영을 거쳤다. 원작의 도입부는 정보량이 많아 30분 단위로 자르면 매 회차 끝에서 흐름이 끊긴다. 이 문제를 각색으로 풀지 않고 편성으로 풀었다. 만화의 한 화가 아닌 한 권을 통째로 옮기는 단위를 고른 것이다. 전 11화라는 어중간한 화수도 여기서 나온다.
원작은 주간 영 점프 연재작으로 2024년에 전 16권으로 완결됐다. 1기가 다룬 것은 그중 앞쪽 일부다. 각색이 무엇을 잘라냈는지를 세기 전에, 이 기획은 무엇을 잘라 낼지보다 어디서 멈춰 설지를 골라야 하는 기획이었다는 점을 적어 둔다. 2기가 2.5차원 무대 편을 통째로 가져간 것도 그 구획의 결과다.

시청자와 같은 위치에서 업계를 관찰하는 인물. 이 시선이 곧 작품의 카메라다
덜어낸 것
조연들의 짧은 일상 컷이 많이 잘렸고, 원작에서 독백으로 처리되던 판단이 표정과 카메라 위치로 옮겨졌다. 앞의 두 항목이 잘 된 각색이라면 이건 손해에 가깝다. 만화에서 독백은 인물이 스스로를 속이는 장치이기도 한데, 표정으로 옮기면 그 이중성이 얇아진다. 진행 속도도 후반으로 갈수록 빨라져 원작의 여러 화가 한 회차에 들어간다. 각색의 판단은 대부분 옳았지만, 1기 단독으로는 이야기가 닫히지 않고 다음 시즌을 전제로만 성립한다.
애니메이션이 더한 것은 목소리와 노래, 그리고 화면 안의 화면이다.
덜어낸 것은 독자가 쥐고 있던 속도, 그리고 독백의 이중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