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즌은 잘 만들었다. 그런데도 12화를 보고 나면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이야기를 성진우 한 사람의 눈으로만 보여 준다는 점이다. 근거는 회차 목록 한 장이면 충분하다.

2024년 1분기 방영, A-1 Pictures 제작, 감독 나카시게 슌스케, 시리즈 구성 키무라 노보루, 전 12화. 원작은 추공의 웹소설을 장성락이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으로 옮긴 한국 작품이고, 애니메이션은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드 2025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다. 만듦새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회차 부제를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다른 것이 보인다. 1화 「익숙한 일이야」, 2화 「한 번 더 기회가 있다면」, 3화 「마치 게임 같아」, 4화 「더 강해져야 해」, 7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자」, 8화 「답답하군」, 10화 「이게 뭐야, 소풍이라도 왔나?」, 12화 「일어나라」. 여덟 편의 제목이 주인공의 혼잣말이다. 9화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는 남이 그에게 던지는 말이고, 11화 「빈 왕좌를 지키는 기사」는 그를 가리키는 묘사다. 열두 편 어디에도 성진우가 아닌 사람을 앞세운 제목은 없다. 부제는 우연히 붙는 것이 아니다. 이 목록은 취향보다 설계에 가깝고, 이 시즌은 화자를 한 명으로 못 박아 두고 출발했다.
원작에서는 그 선택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웹툰은 세로로 내려 읽고, 한 회가 짧고, 다음 회까지 일주일이 있다. 독자는 성진우가 보는 상태창을 그와 같은 속도로 읽고, 한 회를 다 읽으면 화면을 닫는다. 시점이 좁을수록 몰입은 오히려 깊어진다. 주 1회 연재는 같은 구조를 반복해도 견딘다. 반복 사이에 일주일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열두 편의 부제 대부분이 이 인물의 속말이다. 부제 목록이 곧 시점 설계도다
애니메이션은 사정이 다르다. 20분을 끊지 않고 본다. 한 사람의 시야에 20분을 묶어 두면 그가 모르는 것은 화면에도 없다. 그래서 12화 동안 위기의 종류가 한 가지로 수렴한다. 상대가 강해지고, 그만큼 진우가 더 강해진다. 이주희와 유진호는 그 절차를 옆에서 지켜보고, 성진아는 결과를 나중에 전해 듣는다. 조연이 얕은 것이 아니라 조연에게 배정된 기능이 관찰뿐이다.
시점을 고정한 이야기가 처지지 않으려면 방법은 둘뿐이다. 화자가 틀릴 수 있게 만들거나, 화자가 모르는 정보를 화면이 먼저 보여주거나. 앞의 것은 실패를 요구하고 뒤의 것은 시점 이동을 요구한다. 1기는 둘 다 거의 쓰지 않는다. 8화 부제가 「답답하군」인 것은 그래서 얄궂다.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주인공이고 그 감정을 관객에게 알려 주는 것도 주인공이다.
이 시즌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로컬라이즈다. 일본 방영판은 인명과 배경을 일본식으로 바꿔 내보냈고, 한국을 포함한 국제판은 원작의 이름을 그대로 쓴다. 같은 12화를 두고 등장인물의 이름과 무대를 통째로 갈아 끼워도 이야기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변 인물과 지역이 서사에 꼭 필요한 정보였다면 불가능한 교체다. 한 사람의 성장 곡선만 남기면 나머지는 무엇으로 채워도 된다는 판단이 제작 단계에서 이미 내려져 있었던 셈이다.
그 구조를 실제로 버티게 하는 것은 사와노 히로유키의 스코어다. 전투에 진입하는 지점마다 같은 높이의 소리를 깔아, 회차의 모양이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덜 느끼게 만든다. 오프닝 「LEveL」은 TOMORROW X TOGETHER와 함께 만들었고 엔딩 「request」는 krage가 불렀다. 이야기가 만들지 못한 기복을 음악이 대신 만드는데, 음악을 잘 썼다는 칭찬과 이야기가 헐겁다는 지적이 여기서는 같은 말이 된다.
액션 작화도 같은 자리에 있다. 웹툰의 멈춘 컷과 컷 사이를 A-1 Pictures가 연속 동작으로 메웠다. 독자가 상상으로 채우던 구간을 화면이 대신 그려 준다. 잘한 일이다. 다만 상상할 몫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결과뿐이다. 화면과 소리에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12화를 관통하는 시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다.
열두 개의 부제 어디에도 성진우 말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없다. 그 목록이 1기가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를 이미 다 적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