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많이 받았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정보가 적다. 어느 심사에서 이겼는지를 나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작품이 받은 것은 크게 셋이고, 셋은 재는 것이 서로 다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첫째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이다. 이 상은 장르를 나누지 않는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같은 부문에서 겨룬다. 그리고 황금곰상을 받은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이 작품 하나뿐이다. 스물다섯 해가 지나도록 두 번째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한 줄의 무게다.

둘째는 제75회 미국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상이다. 이쪽은 반대로 장르를 나누는 심사다. 애니메이션끼리만 겨룬다. 나누지 않는 심사에서 이긴 작품이 나누는 심사에서도 이겼다는 것이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나란히 놓는 이유다.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다르게 읽혔을 것이다.

셋째는 제25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이다. 자국 영화 전체를 놓고 뽑는 자리이고 여기서도 장르를 나누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이 작품이 두 번째이며, 첫 번째는 「모노노케 히메」였다. 같은 감독이 같은 자리에서 두 번 이긴 셈이다.

오기노 치히로

상을 세는 것과 어떤 심사였는지를 세는 것은 다른 일이다

여기에 심사가 아닌 척도가 하나 더 붙는다. 흥행이다. 일본 흥행 수입 316.8억 엔으로 2001년부터 열아홉 해 동안 일본 역대 1위였고, 2020년에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그 자리를 가져갔다. 한국에서는 2002년 6월에 걸려 관객 약 200만 명을 기록했고 그 뒤로도 몇 차례 다시 걸렸다.

흥행은 심사위원이 없는 척도다. 취향이 갈리는 자리에서 표를 사 준 사람의 수만 센다. 앞의 세 심사와 성격이 전혀 다르고, 그래서 같은 답이 나올 이유가 없다. 네 개의 다른 척도가 같은 쪽을 가리킨 경우가 이 작품의 특이한 자리다. 대개는 상을 받는 작품과 표를 파는 작품이 갈린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고 싶다. 나는 이것을 이 작품이 가장 뛰어나다는 증거로 쓰지 않는다. 심사는 그해에 무엇이 함께 나왔는지에 좌우되고, 흥행은 개봉 규모와 시기에 좌우된다. 다만 성격이 다른 네 척도가 어긋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남는다. 어긋나지 않으려면 서로 다른 것을 요구하는 자리를 다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은 사실도 적어 둔다. 원작 없는 오리지널이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안과 각본을 썼다. 2001년 7월 20일 일본 개봉, 러닝타임 125분이다. 음악은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목욕탕 아부라야의 미술 참고로 도고 온천과 에도 도쿄 건축원의 건물들이 자주 거론된다.

순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작품은 2001년 7월 20일에 일본에서 개봉했고, 흥행 1위 자리는 그 직후부터의 일이다. 베를린 황금곰상과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은 이듬해인 2002년에 왔고, 제75회 미국 아카데미상은 그다음 해인 2003년에 왔다. 표가 먼저 팔리고 상이 뒤따랐다. 상을 받은 뒤에 관객이 몰리는 경우와는 반대 방향이다. 한국 개봉이 2002년 6월이니 국내 관객 약 200만 명은 베를린 수상 소식이 이미 전해진 뒤에 든 숫자다.

125분이라는 길이

짚어 둘 것이 하나 있다. 네 척도가 같은 답을 냈다는 것은 이 작품에 관한 사실이지 이 작품이 완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125분이라는 길이는 지브리 장편 중에서도 긴 편이고, 중반 이후 인물이 늘어나는 구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덧붙이면 앞에서 적은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 이야기에는 한 겹이 더 있다. 애니메이션이 그 상을 받은 두 번이 모두 같은 감독의 작품이었다. 자국 영화 전체를 놓고 뽑는 자리가 애니메이션에 문을 연 것이 두 번 다 한 사람 쪽이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장르 전체가 인정받았다는 증거로 쓰기에는 표본이 너무 좁다. 상을 셀 때 이 점도 함께 세는 편이 정확하다.


이 작품을 볼 때 세어야 할 것은 상의 개수가 아니라 심사의 종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