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붙는 딱지는 대개 츤데레라는 말이다. 나는 그 딱지가 이 작품의 구조를 가린다고 본다. 25화를 굴리는 것은 한 인물의 성격이 아니라 네 인물이 서 있는 모양이다. 사각형이고, 대각선이 두 개 있다.

토라도라!

변: 서로 돕기로 한 두 사람

타카스 류지와 아이사카 타이가는 각자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그래서 서로를 돕기로 한다. 이 협정이 사각형의 한 변이다. 중요한 것은 이 변이 연애가 아닌 계약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할 이유가 감정에 있지 않고 목적에 있으므로, 작품은 이들을 오래 같은 화면에 둘 수 있다. 25화라는 긴 분량을 감당하기 위해 각본이 먼저 마련한 장치다.

마주 보는 두 꼭짓점

쿠시에다 미노리와 카와시마 아미가 나머지 두 꼭짓점이다. 이 둘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고 서로 반대되는 태도를 대표한다. 한쪽은 밝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자기를 감추고, 다른 한쪽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는 방식으로 자기를 지킨다. 호리에 유이와 키타무라 에리의 발성 차이가 그 대비를 그대로 옮긴다. 전자는 말끝을 올려 붙이고 후자는 내려 끊는다.

카와시마 아미

이 인물이 들어오면서 사각형이 완성된다. 등장 시점 자체가 구성상의 선택이다

대각선: 각본이 미뤄 둔 선

시리즈 구성은 오카다 마리, 감독은 나가이 타츠유키, 제작은 J.C.STAFF다. 두 사람은 이 작품 뒤에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2011)를 함께 만든다. 거기서도 여럿이 얽힌 감정을 한 명씩 순서대로 여는 방식이 쓰인다. 이 작품에서 그 방식은 대각선을 늦게 긋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각형의 네 변은 초반에 다 그어지지만 대각선은 한참 뒤에야 그어진다. 중반이 느슨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자, 그 느슨함이 계산된 것이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은 하시모토 유카리다. 오프닝 「プレパレード」를 세 인물의 성우가 함께 부르고 엔딩 「バニラソルト」는 호리에 유이가 혼자 부른다. 주제가에서도 사각형과 한 꼭짓점이 나뉘어 있다.

25화를 나누는 것은 계절이다

배치가 사각형이라면 시간은 학교의 달력이다.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1분기까지 두 쿨에 걸쳐 방영됐고, 작품 안의 시간도 거의 실제 계절을 따라간다. 여름의 합숙, 가을의 학교 행사, 겨울의 연말. 행사가 하나 끝날 때마다 네 사람의 배치가 조금씩 돌아간다. 사건이 관계를 바꾸기보다, 행사가 인물을 억지로 같은 장소에 모아 놓는다. 학원물이 오래 써 온 방법인데 이 작품은 그 방법을 숨기지 않고 구조로 드러낸다.

나가이 타츠유키의 연출은 요란하지 않다. 인물이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흔들거나 컷을 잘게 쪼개는 대신 한 컷을 길게 두고 얼굴을 잡는 구간이 많다. 쿠기미야 리에의 연기가 큰 소리에서 작은 소리로 떨어지는 순간을 그 긴 컷이 받아 낸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장면들은 대부분 조용한 컷이다. 25화라는 분량이 그 긴 컷들을 감당할 여유를 만들어 준다. 한 쿨짜리였다면 같은 장면들은 전부 잘려 나갔을 것이다.

네 사람에게 시간이 고르게 가지 않았다

  • 아이사카 타이가. 쿠기미야 리에의 연기가 이 인물을 딱지에서 끌어낸다
  • 타카스 류지. 관찰자 위치에 오래 머물러 후반의 변화가 급하다
  • 쿠시에다 미노리. 감춘 것을 여는 회차가 뒤로 몰려 있다
  • 카와시마 아미. 사각형을 완성해 놓고 정작 자기 몫의 회차가 적다

인물을 하나씩 따로 본 이유는 이 작품의 약점이 연출이나 작화보다 네 사람에게 시간을 나눠 준 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볼 사람에게 한마디 덧붙인다. 1화부터 갈 필요는 없다. 카와시마 아미가 합류한 회차부터 보면 사각형이 완성된 상태로 시작할 수 있고, 그 앞은 변 하나를 세우는 데 쓰인 시간이라 요약해도 손해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