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24화를 아셰라드를 중심에 놓고 다시 세워 봤다. 이렇게 세우면 이 시리즈의 구성이 훨씬 깔끔하게 설명된다. 토르핀을 중심에 놓으면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빈란드 사가

토르핀을 중심에 놓으면 구멍이 생긴다

토르핀은 1기 내내 목표가 하나다. 그리고 그 목표는 24화가 끝날 때까지 거의 진척되지 않는다. 성장물의 주인공이라면 능력이든 판단이든 무언가가 쌓여야 하는데, 이 인물은 같은 자리를 맴돈다. 중반 이후 그가 내리는 결정의 수가 눈에 띄게 적다. 주인공이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굴려야 한다.

아셰라드를 중심에 놓으면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굴리는 사람은 아셰라드다. 어디로 갈지, 누구와 손잡을지, 누구를 버릴지를 그가 정하고 나머지가 따라간다. 1기의 큰 사건들은 대체로 그의 판단에서 출발한다. 우치다 나오야의 연기가 이 구조를 떠받치는데, 이 인물은 목소리를 거의 높이지 않는다. 무리를 실제로 이끄는 사람은 소리를 지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연기가 먼저 말해 준다.

크누트가 등장하면서 이 구조는 더 분명해진다. 오노 켄쇼가 맡은 이 인물은 처음에 말수가 거의 없다가 서서히 문장이 길어진다. 아셰라드와 크누트 사이에서 주도권이 오가는 구간이 1기 후반의 실질적인 드라마이고, 토르핀은 그 옆에 서 있다. 토르켈을 맡은 오오츠카 아키오의 크고 단순한 발성이 그 사이에 끼어들어 균형을 흔든다.

아셰라드

1기의 결정 대부분이 이 인물에게서 나온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연기가 그 사실을 먼저 알린다

각본이 그렇게 짜여 있다

시리즈 구성은 세코 히로시, 제작은 WIT STUDIO, 감독은 야부타 슈헤이다. 원작은 유키무라 마코토가 월간 애프터눈에 연재 중인 만화이고, 1기는 그 전반부를 다룬다. 만화 쪽에서도 이 구간은 주인공의 성장보다 주변 인물의 정치가 앞선다. 각색이 초점을 옮긴 것은 아니고 원작의 초점을 그대로 옮겨 왔다. 전 24화라는 분량을 두 쿨 연속으로 쓴 것도 이 정치 구도를 접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음악은 야마다 유타카다. 전투곡보다 이동과 회의 장면의 곡이 더 공을 들인 인상인데, 이것도 위의 구조와 어긋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일은 대개 배 위나 천막 안에서 벌어진다.

1화가 이미 그렇게 말한다

구성의 증거는 1화에 있다. 이 시리즈는 시간 순서대로 시작하지 않는다. 이미 한참 지난 시점을 먼저 보여 준 뒤 과거로 돌아가는 구조다. 그러면 시청자는 토르핀이 어디까지 갈지를 처음부터 대략 알고 보게 된다. 주인공의 도착지를 미리 알려 준 이야기에서 긴장을 만들려면 다른 인물이 필요하다. 아셰라드는 그 긴장을 만들려고 배치된 인물이고, 실제로 1화에서 이미 그 역할이 예고된다.

덧붙이면 이 배치는 폭력 장면의 처리에도 영향을 준다. 전투가 벌어질 때 카메라가 오래 잡는 것은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이다. 아셰라드가 전장을 내려다보는 컷이 반복되고, 그 시선이 관객의 시선을 대신한다. WIT STUDIO가 이 시리즈에서 액션의 화려함보다 무게에 자원을 쓴 인상도 같은 판단으로 읽힌다. 싸움을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으려면 구경하는 사람을 화면에 넣어야 한다는 원칙이 24화 내내 지켜진다.

흠이 하나인데 그 하나가 크다

작화와 연기와 구성은 거의 흠이 없고, 걸리는 곳은 주인공 배치 하나다. 토르핀이 24화 동안 제자리에 있는 것은 원작의 설계이므로 실패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다만 그 설계 때문에 1기만 본 사람은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제목 이야기를 한다. 빈란드는 1기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지명 하나가 제목에 걸려 있는데 24화 동안 그곳에 가지 않는 작품이다. 제목이 가리키는 곳과 화면이 보여 주는 곳 사이의 거리가 이 시리즈의 크기이고, 1기는 그 거리의 출발점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