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질문 하나에만 답한다. 몬스터를 아직 안 본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가. 나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본다. 그 조건이 왜 필요한지를 적는 것이 이 글의 전부다.

몬스터

원작은 우라사와 나오키가 그린 만화 18권이고, 애니메이션은 전 74화다. 단순히 나누면 한 권을 네 화 가까이 쓴다. 만화 원작 1쿨물이 보통 원작 대여섯 권을 밀어 넣는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 2004년 4월부터 2005년 9월까지 만 1년 5개월을 이 한 작품에 썼다. 이 편성은 각색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컷을 버리지 않고, 대사를 줄이지 않고, 순서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매드하우스가 여기서 한 일은 연출이라기보다 재현에 가깝다.

재현은 공짜가 아니다. 만화는 독자가 속도를 쥔다. 정보를 정리하는 페이지는 눈으로 훑고 넘기면 그만이고, 멈추고 싶은 컷에서는 얼마든지 멈출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그 권한을 빼앗는다. 원작에서 3초면 지나갈 컷도 화면에서는 정해진 초 수만큼 버텨야 한다. 텐마가 독일 각지를 떠돌며 증언을 수집하는 중반 구간에서 이 손해가 가장 크다. 인물이 등장하고, 과거를 말하고, 퇴장한다. 구조가 같은 회차가 연달아 붙으면 내용이 아무리 달라도 리듬은 평평해진다.

텐마 켄조

74화 내내 거의 웃지 않는 인물. 연기의 진폭이 좁은 것은 배우보다 편성에서 온 결과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각색을 포기한 대신 손을 댄 곳이 소리와 배경이다. 주제가를 그해의 인기 가수에게 맡기는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오프닝 「Grain」은 음악 담당인 하이시마 쿠니아키가 직접 썼고, 엔딩 「For The Love of Life」는 데이비드 실비언이 영어로 부른다. 무대가 1986년 서독 뒤셀도르프이고 인물 대부분이 독일인인 작품에서 주제가만 일본 가요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원작에 없던 층위이고, 애니메이션판이 스스로 더한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정지 컷과 클로즈업의 비중이 큰 작품이라 그림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고, 그만큼 연기의 몫이 성우에게 넘어간다. 텐마 역의 키우치 히데노부는 74화 동안 목소리를 거의 높이지 않는데, 그 절제가 인물의 직업윤리와 겹쳐 읽힌다. 니나 역 노토 마미코와 그리머 역 타나카 히데유키의 톤 차이도 같은 원리로 기능한다.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후지타 시게루가 우라사와 특유의 주름과 눈매를 옮기면서 선을 거의 정리하지 않은 것도 여기에 맞물린다. 어린이 캐릭터도 개그 캐릭터도 없는 화면이 74화 동안 유지된다. 2004년 심야 편성에서 이 톤을 1년 반 끌고 간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충실한 각색과 좋은 각색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느냐. 아래 셋 중 하나에 해당하면 권한다.

  • 한 번에 여러 화를 이어 볼 수 있는 사람. 주 1회로 따라가면 중반에서 놓친다
  • 사건보다 사람을 이해해 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인 사람
  • 원작을 이미 읽어서, 음악과 목소리만 보러 오는 사람

반대로 화수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여기서 시작할 이유가 없다. 같은 작가의 20세기 소년이나 마스터 키튼 쪽이 한 편당 진입 비용이 낮다. 몬스터는 74화를 다 통과한 사람에게만 값을 치러 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셋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권하지 않는다. 작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편성이 그렇게 짜여 있어서다. 원작이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대상을 받은 작품이고, 그 평가의 근거는 화면에서 한 군데도 훼손되지 않았다. 다만 매체를 옮기면서 매체가 달라졌다는 사실은 반영되지 않았다. 18권을 74화로 펼친 결정은 원작에 대한 예의였지 시청자에 대한 배려는 아니었다. 몰아보기가 아니면 완주율이 떨어진다는 말이 20년째 따라붙는 것도 이 편성 때문이다.


시간을 통째로 비워 둘 수 있다면 권한다.

자기 전에 한 편씩 볼 작품을 찾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